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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국 대우라더니'…"별도 합의" 美 발언에 흔들리는 팩트시트

입력 2026-01-19 15:14   수정 2026-01-19 15:17



미국 정부가 한국의 반도체 분야 '최혜국 대우'와 관련해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작성된 팩트시트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구상으로는 한국이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미국 측에 상당한 재량을 남긴 합의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한국도 대만과 동일한 (반도체) 관세 면제 기준을 적용받느냐’는 질의에 대해 “국가별로 별도의 합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대만이 체결한 생산량 연동 관세 면제 기준을 한국에도 일괄 적용하지 않고, 한국과는 별도의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산업통상부 등 우리 정부는 당시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개한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이 미국의 반도체 정책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당시 브리핑에서 “대만 등 주요 반도체 경쟁국과 비교해 한국이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받도록 협의가 이뤄졌다”며 “최혜국 대우에 준하는 원칙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美 재량 여지 남긴 팩트시트
다만 정부의 설명과 달리 팩트시트에 담긴 문구를 그대로 살펴보면 결과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팩트시트에는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부여한다’는 확정적 표현 대신 ‘부여하고자 한다(intend to)’는 문장이 사용됐다. 결과를 약속하기보다는 정책적 의지를 설명하는 수준에 머문 표현이라는 평가다. 이 경우 미국이 향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결과적으로 한국은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문서 위반으로 문제 삼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역 규모를 둘러싼 문구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반도체 교역 규모 이상의 반도체 교역을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교역 규모를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는지, 비교 대상 국가는 어디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빠져 있다. 여기에 ‘미국이 판단한다(as determined by the United States)’는 표현까지 포함되면서 적용 기준과 해석 권한이 미국 정부에 집중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비교 대상 역시 ‘향후 체결될 합의에서 제시될 수도 있는 조건(may be offered in a future agreement)’으로 설정돼 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조건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여지를 둔 만큼, 국가별 상황에 따라 조건을 달리 적용할 수 있는 구조를 열어둔 셈이다.

"같은 해석 반복되면 구속력 약해져"
결국 정부가 설명한 ‘최혜국 대우’와 달리 합의 내용은 상황에 따라 조건을 다시 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둔 구조로 읽힌다. 미국 입장에서는 “각국의 여건이 다르다”는 설명만으로도 팩트시트에 적힌 원칙을 어기지 않으면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해석이 이어질 경우 팩트시트는 구체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합의라기보다 협상 시작을 위한 출발선 수준에 머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통상 전문가는 “팩트시트에 구체적인 조건이 적혀 있지 않다 보니 미국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도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어떤 기준으로 대응해야 할지 알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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