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학개미들은 주판알 튕기기에 한창이다. 이들이 국내로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세제 유인책이 다음 달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에만 250조원을 굴리는 서학개미 자금을 국내로 유인해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완화해보겠다는 것이 외환당국의 계산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를 도입하지만, 실제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RIA는 해외 주식을 매도해 환전한 자금을 국내에 묶어두는 조건으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3월 말까지 RIA를 통해 해외 주식을 팔아 원화로 전환한 뒤, 해당 자금을 국내 예치금이나 국내 주식·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면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22%)를 전액 면제받는다. 하지만 다른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을 다시 매수할 경우 감면 혜택은 줄어든다.
재정경제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투자 세제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월 의원 입법 형태로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법 통과 시점에 맞춰 RIA 계좌 상품도 출시될 전망이다.
RIA 계좌를 통한 해외 주식 매도 한도는 1인당 5000만원이다. 해외 주식을 팔아 환전한 뒤 해당 자금을 RIA 계좌에 넣어 1년 이상 국내 예치금·주식·주식형 펀드로 운용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주식 매각과 환전, 국내 투자까지의 절차를 3월 말까지 마치면 양도세를 전액 면제한다. 2분기 안에 마무리하면 80%, 하반기에는 50%를 감면해준다.
예컨대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을 1750만원에 매수해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5000만원이 됐다면, 양도차익 3250만원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660만원(세율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 주식을 RIA 계좌를 통해 3월 말까지 매각하면 이 세금 전액을 면제받는다. 2분기에 매각할 경우 528만원, 3분기에는 330만원을 감면받는다.
해외 주식 매각 자금을 현금으로 보유해도 세제 혜택은 주어지지만, 채권이나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경우에는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설계 복잡성을 고려해 국내 주식 투자 여부와 무관하게 매도 자체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해외 주식 매도 자금을 환전해 국내로 유입시키는 것이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RIA 계좌와 다른 계좌를 이용해 해외 주식을 사고파는 이른바 ‘체리피킹’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RIA 계좌에서는 테슬라 주식을 팔고 삼성전자를 산 뒤, 다른 계좌에서는 삼성전자를 팔고 엔비디아를 사는 식의 전략을 막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체리피킹의 경우 매수 금액 비율만큼 감면율을 깎는다. 예컨대 1분기에 5000만원어치 해외 주식을 팔아 100% 감면을 받은 투자자가 연내에 1000만원어치 해외 주식을 다시 사면, 양도세 공제율은 80%로 낮아진다.
재경부는 이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개인 투자자가 환 헤지 상품에 투자한 금액의 5%(공제 한도 500만원)를 해외 주식 양도소득에서 공제해주기로 했다. 또 국내 모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익금불산입률을 100%로 적용해 과세를 면제한다.
이번 제도 개편의 파급력을 놓고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세제 혜택이 큰 만큼 서학개미들이 일부라도 미국 주식을 매각해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한국 거주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05억달러(약 251조2448억원)에 달한다. 반면 해외 주식 재투자를 억제하는 구조인 만큼 서학개미들이 국내 복귀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편 정부는 오는 6~7월 출시 예정인 공모형 ‘국민성장펀드’에도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붙이기로 했다. 전용 계좌를 통해 3년 이상 장기 투자할 경우 투자 금액에 따라 최대 18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투자 한도는 2억원이며, 3000만원 이하 구간은 최대 1200만원, 7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최대 18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이 펀드에서 발생하는 배당소득에는 9% 분리과세 혜택도 준다. 하지만 전용 계좌 가입일 기준 최근 3년 이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었던 투자자는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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