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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드레스의 거장' 발렌티노 가라바니 별세

입력 2026-01-20 18:19   수정 2026-01-21 00:19

‘붉은색 드레스’로 유명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19일(현지시간) 로마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3세.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은 이날 발렌티노 가라바니·지안카를로 지암메티 재단의 발표를 인용해 이탈리아 디자이너 발렌티노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재단은 “그는 우리 모두에게 끊임없는 길잡이이자 영감이었고 빛·창의성·비전의 진정한 원천이었다”고 추모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그는 논란의 여지 없는 우아함의 거장이자 이탈리아 오트 쿠튀르(고급 맞춤복)의 영원한 상징”이라며 “전설을 잃었지만,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영감을 줄 것”이라고 기렸다.

발렌티노는 파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런웨이에 선 최초의 이탈리아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고급 의상을 그리고 감상하는 데 관심이 있던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1959년엔 로마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열었다. 이듬해 평생의 파트너가 된 동료이자 연인 지안카를로 지암메티와 협업을 시작하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발렌티노는 화려하고 우아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성공했다. 그가 만든 붉은색 드레스는 반세기 동안 패션쇼의 단골로 여겨질 만큼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오렌지빛이 감도는 붉은색은 ‘발렌티노 레드’로 불렸다.

수많은 유명 인사가 발렌티노의 옷을 입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부인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1968년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혼할 당시 입은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도 그의 작품이다. 1979년 이란 국왕 샤 팔레비가 축출됐을 때 그의 부인 파라 디바 왕비도 발렌티노의 정장을 입어 세간에 오르내렸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도 그의 드레스를 즐겨 입었다.

세계적인 여배우들도 발렌티노의 화려한 드레스를 사랑했다. 대담한 색채와 여성의 실루엣을 강조한 극적인 디자인이 여배우들의 외적인 매력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헵번이 발렌티노 드레스의 팬이었으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1960년 ‘스파르타쿠스’ 로마 시사회에서 발렌티노의 깃털 장식 드레스를 입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입었던 흑백 가운, 케이트 블란쳇이 2005년 여우조연상을 받을 때 입었던 노란색 드레스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남성복과 기성복, 액세서리로 제품군을 확대하던 발렌티노는 2007년 사업 일선에서 물러났다. 2008년 파리에서 마지막 패션쇼를 열었다. 2016년부터 지암메티와 함께 자선 재단을 설립해 후원 활동을 이어왔다. 발렌티노는 여성 패션계에 각인된 명언을 남겼다. “나는 여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들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한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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