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내 집 마련'에 꼭 성공하리라 다짐한 40대 직장인 강모씨는 지난해부터 아내와 함께 해왔던 손품(스마트폰 등 통한 정보수집)을 마치고 공인중개업소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아직 올라오지 않았지만, 찾아본 가격보다 1억원은 더 오른 수준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강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절차가 꽤 오래 걸려 실거래가가 뜨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공인중개업소에서 알았다"며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훌쩍 뛴 호가를 보니 씁쓸하다"고 전했습니다.
강씨의 사례와 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의 부작용이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말 그대로 토지를 거래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12곳이 관련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토허제는 지금처럼 도심지역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신도시를 만들 때처럼 개발 계획이 나오면 이들 지역에선 토지 거래가 늘고 가격도 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격이 오르면 토지보상금이 덩달아 뛰어 신도시 개발이 지연됐는데 이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제도였습니다.
수년간 도심지역에 적용됐던 토허제는 앞서 얘기한 기존 제도 목적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수도권에 적용된 토허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도입니다. 집을 사고파는 것을 어렵게 해 가격 변동 폭을 줄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손바뀜을 억지로 누르는 셈입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토허제의 부작용이 눈에 띕니다. 현장은 혼란스럽습니다. 토허제 내에서 집을 사려면 먼저 토지거래허가신청서 등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허가가 나오면 매매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이후 계약 체결일로부터 한 달 내에 주택취득자금조달계획서 등 증빙서류를 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집을 사는 데까지 약 3~5주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해당 기간 현장에선 집값이 오르지만, 실거래가에는 반영이 되지 않아 시장과 통계 사이의 '착시'가 나타납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요즘은 보통 부동산 앱이나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활용해 가격을 어느 정도 알아보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토허제로 실거래가가 늦게 올라오다 보니 이전의 가격으로 알고 왔다가 허탕을 치고 가는 실수요자가 꽤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습니다.
토허제는 집값은 물론 거래를 효과적으로 누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집계한 '토지거래허가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20일부터 12월 말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는 모두 9935건으로 조사됐습니다. △10월 1066건 △11월 3981건 △12월 4888건 등으로 매월 오르는 모습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제도에 적응하고 거래가 늘어났습니다. 가격도 오름세입니다. 11월 신청 가격은 직전월 실거래가 가격보다 1.49% 올랐습니다. 12월 신청 가격도 같은 기간 1.58% 뛰었습니다.
수도권 핵심지를 토허제로 묶자 '풍선효과'도 두드러졌습니다.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집품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5일 규제 시행을 기준으로, 규제 이전 82일(2025년 7월 25일~10월 14일)과 규제 이후 82일(2025년 10월 15일~2026년 1월 5일)을 분석한 결과 구리시는 규제 전 거래가 534건이었는데 규제 이후엔 954건을 기록해 78.89% 급증했습니다.
수원시 권선구는 690건에서 1194건으로 72.46%, 화성시도 같은 기간 2289건에서 3893건으로 70.1% 증가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도 747건에서 974건으로 30.52%, 김포시(17.53%), 용인시 처인구(12.66%) 등도 거래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이들 지역에선 대체로 집값도 뛰었습니다. 화성시 규제 전 평균 매매가는 5억8906만원이었는데 규제 이후 6억4478만원을 기록해 9.47% 급등했습니다. 파주시도 3억7608만원에서 4억1108만원으로 9.34%, 구리시 역시 6억4351만원에서 6억7917만원으로 5.62%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가 시장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됐다고 입을 모읍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 A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사실은 이미 실수요자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거래가 줄어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볼 수 있어도 결국 길게 보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문재인 전 정부 때부터 확인된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 B씨도 "정부의 입김이 미치면 미칠수록 시장이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한계가 있는 제도를 시장에 적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부작용이 있다면 수정하든 폐지를 검토하든 방향을 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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