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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상호관세 판결' 왜 늦어지나…내부 '몽니' 있을까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입력 2026-01-21 01:36   수정 2026-01-21 06:32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상호관세와 펜타닐관세 등의 근거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사용한 것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언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예정이 있었던 게 아닌 만큼 이것이 '늦춰졌다'라고 해석할 수는 없지만,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분분한 해석이 제기되는 중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가장 잘 따라가는 것은 '스코터스(SCOTUS) 블로그'라는 '대법원 워쳐'에 해당하는 매체다. 스코터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영문 약자를 딴 이름이다. 이 매체는 대법원의 주요 판결은 물론, 법관의 의견서나 판결 일정 등에 대해서 선례와 성향 등을 바탕으로 자세한 분석을 제공한다.

상호관세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이자 미국의 3권분립의 근간에 관한 판결인 만큼 미국 내에서도 관심이 크다. 이날 관세 판결을 앞두고 스코터스 블로그가 열어둔 라이브 챗에 참가한 매체 관계자들과 관전자들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관세 판결은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한 사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급심 판결문만 127페이지에 달하는 만큼 법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는 "쟁점이 치열하여 다수의견과 소수의견 간의 수정 작업이 반복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재판부 내에서 별개의 동의(concurrence)나 반대(dissent) 의견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서도 재판관들이 주요 판결을 할 때에 보충의견 등으로 '다른 시각'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법적 관점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과 유사하다.

예상보다 판결이 늦게 나오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만장일치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이 매체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대법원의 대부분 판례(42%)가 만장일치이나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와 가까운 국가들에 대해 추가적인 IEEPA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프랑스 등 덴마크에 파병한 8개국에 2월1일부터 10% 관세(추가관세로 해석)를 매기고, 6월부터 이를 25%로 올릴 것이며, 그린란드를 완전하게 매입할 때까지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국무장관은 이를 '국가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국가 비상사태'라는 논리로 정당화했다. 이와 관련해 관전자들은 "반대 측이 우려하던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과도한 권한 확장의 위험)' 주장을 오히려 입증해 주는 게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작년 11월 구두 변론 과정에서 대법관들은 보수 성향 판사들조차도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인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을 우려했다. 과거 통계에 따르면 구두 변론 후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 '현장의 사실관계 변화'로 인해 대법관의 투표가 바뀌는 경우가 약 10% 가량 있었다고 스코터스 블로그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변화가 법원이 판결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원이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판결하더라도, 구제책(remedy)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관세 환급 문제가 핵심이지만, 법원이 이를 직접 다룰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구두 변론 당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는 환급 과정에서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가 과도한 장벽을 세워서 실제로 환급이 일어나는 것을 행정적으로 막을 여지도 있는 셈이다.

판결이 언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정부 구성원조차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법원이 올 들어 첫 첫 주요 판결을 9일 예고했을 때 캐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밤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주요 각료들의 회의('빅 콜')가 열렸다고 전했다.

출입기자들도 마찬가지다. 20일 오전 대법원 기자실은 "늘 오는 기자들만 오는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이 매체 기자들은 전했다. 소송의 당사자 역시 미리 귀띔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이 없다. 이번 소송의 원고 측을 대리하는 닐 카티얄 변호사도 스코터스 블로그의 라이브 챗에 참여해 판결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해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확인했다. 다음 판결 발표일이 언제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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