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캐나다와 중국이 손을 잡은 이른바 '메이플-위안 딜'이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국이자 G7(주요 7개국) 회원국이 서방과 갈등 중인 중국과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존폐까지 위협하고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합의는 철저히 계산된 '실리'와 '생존'의 산물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경제는 지난 수년간 고금리와 저성장,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압박 속에서 고립해왔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체의 77.1%에 달했다. 이런 기형적인 과의존도는 미국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구조적 리스크였다.
마크 카니 총리는 회담 직후 "다소 분열되고 불확실한 세계에서 캐나다는 더 강하고 독립적이며 회복력 있는 경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중간 강국'으로서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번 딜은 절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수 침체와 부동산 위기, 서방의 기술 제재로 막힌 경제의 혈로를 뚫기 위해 미국 시장의 우회로이자 자원 부국인 캐나다를 공략한 것이다. 양국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나온 이번 협정은 전기차, 농업, 금융, 에너지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캐나다가 자동차 시장의 빗장을 일부 열어주고, 그 대가로 농산물 수출길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순히 관세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양국이 서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교한 이익 공유 모델을 설계했다는 해석이다.

가장 파급력이 큰 건 전기차 시장 개방이다. 캐나다 정부는 2024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했던 100%의 징벌적 추가 관세를 사실상 없애기로 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캐나다는 연간 4만 9000대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6.1%의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 물량이 캐나다 연간 신차 시장(약 180만 대)의 3% 미만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하지만 세부 조항을 뜯어보면 시장 파괴력은 더 크다. 협정은 "2030년까지 이 쿼터의 50% 이상을 차량 가격 3만 5000 캐나다 달러 이하의 저가형 전기차에 할당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은 캐나다 서부 농가의 숙원 사업을 해결해줬다. 중국은 오는 3월 1일부터 캐나다산 캐놀라 종자에 대한 합산 관세를 기존 약 84%에서 15% 수준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연간 약 40억 캐나다달러(약 3조 9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캐놀라 수출 시장이 개선된다는 뜻이다.
2019년 멍완저우 사태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던 캐나다 농심을 달래기 위한 카니 총리의 승부수라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랍스터, 완두콩 등 약 26억 달러 규모의 농수산물에 대한 추가 관세도 올해 말까지 면제된다.
현지 반응은 엇갈린다. 캐나다 농업계와 광산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동차와 부품 업계는 '공급망 붕괴'를 우려한다. 업계는 테슬라를 주목한다. 이번 전기차 쿼터 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중국 브랜드가 아닌 테슬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모델 Y와 모델 3을 이 쿼터를 통해 캐나다로 우회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테슬라는 2023년 상하이 산 모델 Y를 캐나다로 시험 수출하며 밴쿠버항 기준 대중 자동차 수입을 전년 대비 460%나 급증시킨 전례가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한 테슬라에게 캐나다 시장은 재고를 털어내고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합의는 테슬라에게 중국 생산분의 수출을 재개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북미에 기반을 둔 자동차 부품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캐나다로 유입된 중국산 전기차가 북미 통합 공급망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 경우, 부품의 원산지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구축해 놓은 촘촘한 대중국 제재망을 무력화시키는 '백도어'가 될 수 있다.
양국은 금융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강화했다. 양국 중앙은행은 2,0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5년 연장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현지 통화 사용을 확대하고 무역·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G7 국가인 캐나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캐나다산 에너지 수출 결제 등에서 위안화 비중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과 안보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혹하다. 가장 큰 우려는 '데이터 안보'다. 커넥티드카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 수단을 넘어 '달리는 데이터 센터'가 됐다. 중국산 전기차에 탑재된 소프트웨어와 센서가 캐나다의 지리 정보, 사용자 데이터, 통신망 정보를 수집해 중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1월부터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탑재된 커넥티드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캐나다의 이번 결정은 북미 대륙의 사이버 보안 방어선에 구멍을 뚫는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션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캐나다 시장에 중국차를 들이는 결정은 결국 뼈아프게 후회할 날이 올 것"이라며 "이들 차량은 미국에 단 한 대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딜이 초래할 거시경제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우선 USMCA 체제의 위기다. 오는 7월 1일은 USMCA 발효 6주년을 맞아 3국(미국·멕시코·캐나다)이 협정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공동 리뷰'가 예정됐다. 협정 제34.7조에 따르면, 3국 중 한 곳이라도 연장에 반대할 경우 협정은 16년 연장하는 대신 매년 재검토를 거쳐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전환된다.

이번 리뷰에서 원산지 규정, 신흥 기술, 안보 조항 등에서 대중국 견제 조치를 강화하는 안건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캐나다의 이번 독자 행동을 빌미로 협정 폐기나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캐나다 경제의 생명줄인 대미 무역이 흔들릴 경우, 중국과의 교역 확대로는 그 손실을 메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캐나다의 친중 행보는 아시아 자본의 흐름도 바꿔놓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대만계 자본과 화교 자금들이 캐나다를 이탈해 싱가포르나 미국으로 이동하는 '엑소더스' 조짐이 감지된다. 대만의 오타와 주재 최고 대표는 최근 "중국은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공개 비판했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싱가포르 내 단일 패밀리오피스(SFO) 수는 2000개로 급증했다. 중화권 자금이 지정학적 안전지대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만 경제부 통계에 따르면 역시 2024년 대만의 대중국 투자 건수는 5.49% 감소했지만 대외 투자는 90.57% 증가했다. 캐나다가 중국 쪽에 기울 경우, 안보 불안을 느끼는 대만계 자본의 '캐나다 탈출'은 가속화될 수 있다.
금융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협정 발표 당일인 지난 16일에 캐나다 달러 가치는 미 달러 대비 0.2% 하락해 1달러=1.3928 CAD를 기록하며 6주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스코티아은행의 수석 환율전략가 숀 오스본은 "미국이 이번 협정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환율에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들도 이번 '메이플-위안' 협정은 영향을 받는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업체는 캐나다 시장 내 가격 경쟁 심화와 미국 시장 진입 장벽 강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은 캐나다를 위협하기 위해 USMCA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이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을 통해 중국산 광물과 부품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오는 7월 USMCA 재협상에서 '원산지 검증'을 강화하거나, 중국산 소재가 조금이라도 섞인 배터리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박탈하는 '독소 조항'을 추가한다면, 캐나다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한국 기업의 전략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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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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