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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소니 TV의 퇴장

입력 2026-01-21 17:03   수정 2026-01-22 00:13

1973년 소니 트리니트론 TV가 방송 분야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에미상을 받았다. 인물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상용 제품이 에미상을 받은 첫 사례다.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로 방송 시장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소니는 1968년 첫선을 보인 트리니트론 TV를 앞세워 세계 브라운관 TV와 모니터 시장을 석권했다. 빨강·초록·파랑(RGB) 색을 전자총 3개로 구현하는 독자기술 덕을 톡톡히 봤다. 이전에 나온 경쟁사 제품엔 전자총이 1개만 들어갔다. 트리니트론 TV와 모니터는 2008년 단종될 때까지 2억8000만 대가 팔려나갔다.

LCD TV 시대가 시작된 2000년대 들어서도 소니의 경쟁력은 굳건했다. 2005년 선보인 브라비아는 고급 LCD TV의 대명사로 통했다.

소니의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에서 TV 패널을 사들인 것이 부메랑이 됐다. 화질 차별화 실패는 고객 이탈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웃돈을 주고 소니 TV를 사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소니의 출하량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1%대에 불과하다.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TV 시장에 뛰어들면서 입지가 한층 더 좁아졌다.

소니가 TV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TV 시장 2위 업체인 중국 TCL과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관련 사업 전체를 신설 법인에 이관하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 중 51%를 TCL이 가져간다. 소니 TV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기업 중에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곳이 적잖다. 디스플레이, 배터리, 석유화학 등 중국에 밀리는 분야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요즘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회사로 통한다. 이 회사는 게임과 이미지센서,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발 빠른 사업모델 전환으로 TV 사업의 공백을 메우는 데 성공했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으로 고민 중인 우리 기업들도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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