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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를 둘러싸고 미국과 관세 전쟁을 겪게 된 유럽은 아시아에 이어 미국채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다. 관세 협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미국채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을까? 실제로 그린란드 분쟁의 당사자인 덴마크의 일부 연기금들은 미국채 매각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미국채를 무기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21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의 일부 연기금들이 미국채 매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채에 큰 신용위험을 초래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카데미커펜션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안데르스 셸데는 전 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채 보유 이유는 위험관리와 유동성 확보인데 미국은 신용도가 기본적으로 낮고 재정적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까지 미국채를 전량 매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의 미국채 보유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억달러(약 1,470억원)로 크지는 않다. 그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점령 위협이 미국채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이유가 됐지만 재정 규율에 대한 우려와 달러약세도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덴마크의 펀드인 래러네스 펜션 펀드는 이 달 그린란드 분쟁 발생 이전에 미국채 비중을 대폭 축소했다. 이들은 미국 부채의 지속가능성과 중앙은행인 연준 독립성 위협을 미국채 축소 배경으로 들었다.
약 1,200억달러 규모의 덴마크 연기금 자산을 운용하는 PFA 펀드도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으로 미국채 보유량을 줄였다. PFA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라스무스 베싱은 “최상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미국채를 팔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주식과 회사채에 대한 상당한 비중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펀드는 비유동적인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전략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채 시장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덴마크 연기금의 미국채 매각 계획은 현 상황에서 유럽 기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의 개념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이미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 신용등급 하락에 연준에 대한 독립성 위협으로 향후 연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쳐 지난 해 금리 인하에도 미국채에 대한 수요는 약세를 보였다.
미국 재무부의 작년 11월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국가들은 미국 국채의 약 40%에 달하는 3조 6,35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영국이 가장 많은 8,880억달러를 보유하고 있고 벨기에 4,870억달러, 룩셈부르크 4,260억달러, 프랑스가 3,760억달러,독일은 1,100억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한 나라만 해도 1조2천억달러, 중국이 6,830억달러(홍콩 2,560억달러 별도)등 아시아 국가들은 3조7,94억달러의 미국채를 갖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EU)에 갖고 있는 미국 자산은 10조 달러를 넘으며, 영국과 노르웨이에도 더 많은 자산이 있다.
앞서 도이체방크는 유럽 자산운용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위협을 지속화할 경우 자본을 무기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유럽이 보유한 미국채를 무기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민간부문에서 보유한 경우가 많다. 물론 2조1천억달러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 같은 공공부문이 대규모로 보유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수많은 사모펀드와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각국 정부가 미국채 매도를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더라도 국채 시장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를 고려할 때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덴마크의 미국채 매각은 덴마크라는 나라 자체와 마찬가지로 무의미하다”고 무시하며 “1억달러도 안되는 금액이며 그들은 수년간 미국채를 매도해와서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다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과 중앙은행 독립 논란으로 이미 많은 유럽 투자자들이 작년 4월 이후 미국채와 달러 등 미국자산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는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채는 지난 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로 2020년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ING 그룹도 유럽이 이론적으로는 미국 지분 보유로 협상력을 갖고 있지만 민간 투자자들에게 미국채를 매도하라고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 장려가 최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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