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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나 노무법인 현율 대표 “노동·인권은 기업 지속가능성의 핵심 인프라”

입력 2026-02-03 07:28   수정 2026-02-03 07:38

[한경ESG] 여성 리더?
장진나 노무법인 현율 대표(한국공인노무사회 ESG 초대 위원장)




“노동·인권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인프라다.”

장진나 노무법인 현율 대표(한국공인노 무사회 ESG 초대 위원장) “최근 정부가 산업안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 막대한 인적·물적 투자를 진행하는 것만 봐도 노동·인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환경 못지않다”고 진단한다.

그는 특히 “ESG 공시기준을 만들면서도 산업안전에서 무엇을 공시해야 하는지조차 정리되지 않은 채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며 “기업 지속가능경영의 큰 축인 ‘S(사회)’와 ‘G(지배구조)’ 영역에서 노무사의 전문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은 온실가스 측정·관리처럼 기술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지만, 기업이 ESG 경영을 실제로 설계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은 조직 운영과 제도 설계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ESG는 선언이 아니라 운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현장에서 작동하는 규정과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를 점검 및 개선하는 업무는 공인노무사법상 공인노무사의 고유 직무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ESG의 양대 축이 환경과 인권이라면, 환경 영역에서도 기술적 요소를 제외한 상당 부분은 결국 사람과 조직, 제도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노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향후 ESG 공시와 제3자 검증 시장에서도 노무사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SG 공시가 확대될수록 검증의 중요성도 커지지만 노동·인권 지표는 단순히 숫자만 맞추는 검증이 아니라 실제 운영(제도·프로세스·현장 실행)과 문서가 일치하는지,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녀 임금 격차, 여성 임원 비율, 육아휴직 사용률, 산업재해율 등은 이미 공시 체계가 마련돼 있어 향후 ESG 전체 공시와 결합될 경우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공인노무사회는 노무사의 ESG 역할 확대에 대응해 처음으로 ESG 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장 대표가 한국공인노무사회 ESG 초대 위원장으로 지목됐다. 20여 년간 노무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열정페이’라는 단어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킨 장본인이다. 또 노무사로는 최초로 제3자 검증 관련 국제 자격인 AA1000(A1000)을 취득했다. 그는 “국내 법 기준과 글로벌 기준은 상당히 다르다” 며 “이제 국제기준을 다시 배우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해온 그는 기업의 ESG 경영에서 노무사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 공급망 실사법(CSDDD),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UNGP),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이 요구하는 인권 실사(HRDD)는 단순 자문을 넘어 기업과 공급망 전체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식별·평가·개선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노무사들의 역할이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장 대표는 “ESG는 단순한 컴플라이언스가 아니라 전략”이라며 “최근 기업들 이슈는 환경보다 산업안전, 개인정보, 괴롭힘, 차별과 같은 사회(S)와 거버넌스(G)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 많은 기업이 ESG를 환경(E)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노동·인권 관점에서 ESG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ESG가 여전히 환경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부각되는 이슈는 산업안전, 직장 내 괴롭힘, 차별, 노사갈등, 개인정보 유출, 내부통제 실패 등 사회(S)·지배구조(G) 영역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환경과 함께 사회(S) 이슈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정부가 산업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산재율 감축을 위한 강한 정책 메시지와 인적·물적 투자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괴롭힘·성희롱 같은 인권 문제, 노란봉투법을 계기로 다시 부각된 노사관계와 협력사 근로조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EU CSDDD 등 글로벌 인권 규범의 영향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UNGP와 OECD 가이드라인이 ‘행동 기준·절차 모델’을 제시하는 연성 규범이라면, EU CSDDD는 이를 법제화해 감독·제재·책임까지 연결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비EU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고, EU에 수출하는 기업은 공급망 실사 요구를 받게 된다. 기업은 인권·환경 실사 체계 정비, 공급망 관리 시스템 구축, 이사회 차원의 ESG 책임 강화, 공시·커뮤니케이션 개선, 조직 내 내재화까지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하며, 무엇보다 경영진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 한국 기업의 노동·인권 영역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산업안전이 압도적이라고 생각한다. ESG는 공급망까지 포함하기에 협력사의 산업안전 문제는 곧 원청사의 ESG 리스크로 이어진다. 협력사 상당수가 중소·영세기업으로 안전 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생산 중심 문화 속에서 안전과 인권이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도 산재율이 뚜렷하게 줄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 노동·인권 이슈를 ‘컴플라이언스’가 아닌 ‘전략’으로 보려면 무엇이 필요한.

“노동·인권을 ‘위험’이나 ‘비용’이 아니라 핵심 인력과 공급망, 시장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업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인권 실사(HRDD)를 통해 리스크를 줄인 기업은 평판·법적 리스크를 낮추고, 투자 접근성과 위기 대응력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ESG를 잘하는 회사는 문제가 없고, 리스크 관리가 잘되는 ‘믿을 수 있는 회사’다.”

- 중장기적으로 노동·인권이 ESG의 핵심축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꼽는다.

“노동·인권을 지키는 것이 기업과 사회가 오래가는 길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람을 소모해 이익을 만드는 모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기술 경쟁력에 걸맞은 노동·인권·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성장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른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기반 인프라는 노동 인권이라는 인식으로 법과 시장, 기업, 사회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 향후 ESG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가.

“ESG를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ESG 공시의무화, 인권 실사 제도 도입 등 법·제도화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환경(E)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하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분리해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특히 노동·인권 영역의 ESG는 앞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기준과 요구 수준도 빠르게 높아질 전망이다. 각국의 법·정책·가이드라인이 방대한 데다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정작 이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진짜 전문가’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 중심의 ‘반쪽짜리 공시’만으로는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등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공시 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사회(S)와 지배구조(G)를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 ESG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보는 과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협력사, 즉 공급망 전반의 체질 개선이다. ESG는 개별 기업만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고, 공급망 전체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인권, 노동, 안전, 공정거래 이슈는 결국 협력사 관리 역량으로 귀결된다. 또 하나는 AI가 가져오는 노동시장 변화다. AI로 인한 고용 구조 변화, 직무 재편, 노동의 질 문제는 모두 비재무적 ESG 이슈이며, 특히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기업의 대응 역량이 ESG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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