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스위스 다보스포럼을 방문 중인 이날 SNS를 통해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이 해결책이 성사된다면 미국은 물론 모든 나토 회원국에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 틀을 근거로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오는 2월 1일부터 부과하려던 10%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합의한 프레임워크에 따라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프로젝트와 광물자원 채굴권에서 (양측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약의 지속 기간에 관해선 “영원히”라고 했다. 기자들에게 “우리는 원하는 것을 다 얻었다”고도 했다. 외신들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대폭 확대하되, 덴마크의 주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에 대한 태도는 21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극에서 극으로 변화했다. 이날 오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90분간 연설할 때 그는 유럽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그린란드를 신탁통치했다가 유럽에 돌려줬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펼쳤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동맹의 역할을 부정했다.
그러나 연설이 끝난 후 불과 4시간 만에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후 그는 나토 측의 ‘프레임워크’를 제안받고 크게 흡족해 했다. 즉각 SNS에 유럽 8개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철회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기자들에게 “미국을 위한 위대한 거래”라면서 “우리가 원한 모든 것을 얻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악시오스는 합의 내용의 골자는 나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이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방어 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구상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합의에서 추진하는 내용의 유효 기간에 관해 “영구히”라고 언급한 만큼, 그린란드 일부를 미국에 영구적으로 임차하는 등의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협력하고, 그린란드 광물 개발을 함께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나토 내에서는 지중해 키프로스에 있는 영국의 ‘주권기지’처럼 그린란드 내 미군기지에 대한 부분적인 주권 부여 가능성까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내용이 최종 프레임워크에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영국은 키프로스가 독립하기 전 영국군을 지속적으로 주둔시키기 위해 1960년 이곳에 주권기지를 두는 협정을 체결했다.
앨리슨 하트 나토 대변인은 이날 회담 후 성명에서 “덴마크·그린란드·미국 간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그린란드에서 경제적·군사적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주권에 대한 어떠한 타협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논의 및 합의 내용에 관해 당사자인 그린란드가 얼마나 참여하고, 동의했는지는 미지수다.
채권시장도 안정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왔던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연 4.25%로 0.048%포인트 하락했다. 20년물 국채 입찰에도 수요가 몰렸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살아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급등했다.
유럽은 여전히 경계감을 풀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권 계약이나 임대 계약을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소유권에 대한 집착을 강하게 보인 이상, 그린란드 내 활동을 확대하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확보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나토의 분열을 부추기는 것도 유럽에는 불안 요인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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