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9세 나이로 별세한 워런 버핏의 단짝,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먹은 배달 음식은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김치볶음밥 세트였다. 프라이드치킨이 태동한 곳도, 프랜차이즈로 번성한 곳도 미국이지만 이제 치킨 하면 미국보다 한국을 먼저 떠올린다. 두 번 튀기는 방식의 ‘겉바속촉’ 맛과 매운맛, 간장 맛, 달콤한 맛에 치즈까지 곁들인 다양한 풍미로 프라이드치킨 원조 KFC를 능가하는 또 다른 ‘KFC’(Korean Fried Chicken)로 자리 잡았다.멍거 부회장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에 스팸도 있다고 한다.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스팸을 즐기는 그가 분명 반했을 한국 음식이 또 있다. 부대찌개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햄과 소시지를 기본으로 마카로니, 통조림 콩, 치즈를 얹고 김치, 사골육수, 라면까지 섞는 이 혼잡스러운 부조화의 조화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인스턴트 라면의 본산 일본 닛신식품이 ‘부대찌개(Korean Army Stew) 맛 컵라면’을 내놨을 정도다.
섞고 섞이며 진화해온 K푸드에 김밥도 있다. 일본 노리마키에서 유래했지만, 한국 김밥은 일본 마키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햄, 시금치, 단무지, 계란지단, 우엉, 맛살, 어묵 등 다채로운 속 재료와 충무김밥, 키토김밥 등 다양한 파생 메뉴로 독창적인 영역을 이뤘다. 유튜브나 SNS에서 김밥을 먹고 자랑하는 미국 유명 연예인들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치킨, 부대찌개, 김밥처럼 ‘원조와 변형 사이’에서 싹튼 또 하나의 K푸드가 있다. 요즘 가장 핫한 디저트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다. 중동식 면 튀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조합인 두바이 초콜릿의 한국식 변형이다. 마시멜로를 녹여 만든 쫀득한 반죽 안에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넣은 이 조그마한 쿠키 때문에 곳곳이 난리다. 재료값이 급등해 두쫀쿠 인플레라는 말도 생겼다. 척박한 땅에 이렇다 할 음식 재료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가 키운 식문화는 융합과 파생이다. 우리의 성장 과정도 흡사하다. “네가 먹는 것이 너(You are what you eat)”란 말이 떠오른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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