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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 국제분쟁 되나…美투자사 "가혹한 조사로 경쟁 방해"

입력 2026-01-22 22:08   수정 2026-01-22 22:44


쿠팡의 초기 시절부터 투자해온 미국 투자사가 한국 정부가 쿠팡에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치를 요청했다. 쿠팡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가 한국과 미국의 통상 마찰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2일 미국 투자회사인 그린옥스(Greenoaks), 알티미터(Altimeter)는 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두 투자사는 또 한·미 FTA에 규정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절차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절차 개시를 위한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절차는 향후 국제중재로 이어질 수 있다.

두 회사는 쿠팡 정보유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가 한 탈세 및 정보유출 현황 조사 등이 차별적 대우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쿠팡 경쟁기업들을 지원해주기 위해 쿠팡에 일부러 가혹한 조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조치는 한국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에 이익을 얻기 위해 혁신적인 미국 경쟁자를 표적으로 삼고, 무력화하며, 파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에 대응해 미국 투자자들은 미국 기업을 차별적 행위와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청구를 제기했다"고 했다.

쿠팡의 '셀프 조사'와 한국 정부의 반박에 대해서도 철저히 쿠팡 의견을 옹호했다. 두 회사는 "한국 정부의 고위 관리들은 3000명 수준의 유출 규모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무시하고 사건을 수천만 명의 '피해자'가 연루된 것으로 거짓으로 포장했다"며 "가정 출입 비밀번호가 연루되었다고 암시해 한국 여론을 자극하고 쿠팡을 제거하고 국내외 경쟁자에게 이익을 주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사도 "과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한국 당국은 반복적인 급습을 하고, 데이터 유출과 무관한 상업 계약을 차단했으며, 국민연금에 쿠팡 지분을 매각하도록 압박했다"며 "수백 명의 공무원을 포함한 압도적인 자원을 동원해 150명의 국세청 직원, 86명의 경찰 인력을 동원해 행정적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닐 메타 그린옥스 대표는 "동맹국이 미국 기업의 성공에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양국의 중요한 파트너십을 훼손하고,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경쟁사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린옥스는 쿠팡의 초기 투자회사 중 한 곳이고, 닐 메타는 쿠팡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2021년 쿠팡 상장 당시에는 지분율 순위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33.1%), 그린옥스(16.6%), 닐 메타(16.6%), 김범석(10.2%) 순이었을 만큼 쿠팡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그린옥스 지분율은 지난해 3월 기준 3.2% 수준으로 다소 낮아졌다. 그린옥스는 현재 약 14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닐 메타가 김 의장과 사업 초기부터 함께한 사이라는 점에서 이번 USTR 제소 역시 김 의장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 막대한 로비를 벌여온 쿠팡이 미국 투자회사를 앞세워 한국과 미국 간 통상문제로 사건을 돌려버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협상하는 것보다 미국 정부를 끌어들여 '국제 무역 분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워싱턴DC에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한국 정부가 쿠팡을 사실상 파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미국 공화당 강경파인 대럴 아이사 미국 연방 하원의원도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쿠팡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쿠팡을 비호했다.

ISDS 절차가 시작되면 실제 중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90일의 협의기간을 우선 거친다. USTR은 최대 45일 이내에 공식 조사를 개시할지 결정할 수 있다. 조사가 시작되면 공개 의견 수렴, 청문회, 그리고 한국산 상품·서비스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잠재적 미국의 대응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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