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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투자자들 "한국 정부, 中 위해서 美 기업 공격" 주장

입력 2026-01-23 17:06   수정 2026-01-23 17:10

쿠팡의 주주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의 성향이 친중이라거나, 한국의 상황을 베네수엘라에 비견하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법률 대리인인 코빙턴의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도자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조사 개시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한국 정부에 보낸 중재 의향서 전문을 첨부파일로 함께 게시했다. 이 문서는 미국 법무부에도 함께 제출됐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 측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기술 및 온라인 유통기업인 쿠팡과 그 자회사 쿠팡코프에 대해 차별적이고 불균형적인 공격을 가했다"면서 "압도적인 증거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의 위협 행위자가 쿠팡에서 저지른 제한적인 데이터 침해 사건을 구실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가 이 사건(의 피해)을 완전히 시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통해 성공한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제거하고, 정부가 선호하는 한국 및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자국 및 중국 경쟁사들을 위해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벌인 전례 없는 공격은 조약과 국제법 원칙, 그 리고 75년 이상 지속되어 온 한국과 미국의 역사적 동반자 관계를 심각하게 위반한 행위"라면서 "베네수엘라나 러시아 같은 전체주의적 적대국에서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설립된 후 지금까지 개인이나 단체, 국가를 상대로 한 어떠한 종류의 법적 소송도 제기한 적이 없다면서도 "한국 정부의 충격적인 행태로 인해 미국 투자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쿠팡에 대한 차별적 캠페인을 영구적으로 끝내지 않는다면 수십억달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문서에서 이들은 "한국 정부가 뿌리 깊은 한국 및 중국 재벌 경쟁사를 보호하기 위해 쿠팡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논리를 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수년 동안 조사한 점과 2024년 6월 공정위가 쿠팡에 1억달러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형사 고발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네이버는 2300만달러만 과징금을 받았을 뿐이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것이 "차별적이고 불균형적이며 구실에 불과한 정부 조치의 한 사례"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 문서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난과 이 대통령의 성향이 쿠팡에 대한 "생존을 위협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수년간 쿠팡에 대한 이러한 불법적 정부 조치는 지속적인 장애물이었으나 2025년부터 이 대통령의 당선 으로 민주당이 2022년 이후 처음으로 단독 정부를 구성하면서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고 적었다.

문서는 이 대통령이 "한국을 경제적·정치적·군 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인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를 언급하면서 "쿠팡 경쟁사(네이버)와 깊은 연계를 가진 고위 관료들을 임명해 쿠팡에 불리한 조치를 취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 카카오페이, 알리익스프레스, 업비트 등의 데이터 유출 사건에 비해 쿠팡이 과도하고 가혹한 처벌을 당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관점이다.

그린옥스는 쿠팡 이사회 소속인 닐 메타가 설립한 투자회사다. 그린옥스 등은 쿠팡 주식 14억달러(약2조550억원) 어치 보유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은 90일간의 협의를 거쳐 중재 절차에 들어간다. USTR은 이와 별개로 45일 이내에 공식 조사에 착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쿠팡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미 의회 청문회 등에 반영하고 있다. 의회 관계자와 언론을 통해 한국 정부가 자신들을 공격한다는 관점을 주장하는 중이다. USTR에도 이러한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직 USTR에서 쿠팡 이슈를 본격적인 논의 주제로 삼지는 않고 있다. 온라인플랫폼법에 관해 미국이 경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건은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최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났을 때 "한국 정부가 쿠팡을 파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 투자사들이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하고 중재 절차에 들어가기로 한 이상 미국 정부도 이에 응해야 할 필요성을 더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FTA 협정의 무관세 약속을 깨고 관세를 도입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FTA가 모두 무효화된 것은 아니다. 특히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FTA의 틀을 바탕으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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