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들의 행선지다. 윤석열 정부 시절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한 검사장·부장검사들이 대거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대형로펌들은 정권 눈치를 보며 영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검사 출신 전관들의 ‘혹한기’가 본격화하면서 대형로펌 대신 검사장 출신 여럿이 모인 서초동 로펌이나 전문 부티크 로펌으로 행선지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는 단독개업을 했다가 3년 취업제한이 풀리면 대형로펌으로 가는 게, 부부장 이상 차장검사 이하 중간 간부는 곧바로 ‘대형로펌행’을 선택하는 게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확연히 다른 풍경이다. 지난해 취업제한 이후 대형로펌 입성에 성공한 검사장급은 광장으로 옮긴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25기), 율촌에 간 조남관 전 대검 차장(24기), 세종에 간 장영수 전 대구고검장(24기) 정도다. 공통적으로 ‘친윤’ 색채가 약하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이다.
한 대형로펌 대표는 “지난 윤석열 정부와 가까웠던 검사장을 영입하면 정권 교체 시 고객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형로펌일수록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대형로펌 문턱이 높아지자 전관 출신끼리 서초동에 둥지를 트는 사례가 많아졌다. 법무법인 B&H가 대표적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가 주축인 이 로펌은 지난해 하반기에만 박세현 전 서울고검장(29기), 김유철 전 수원지검장(29기), 김선화 전 서울서부지검장(30기)을 잇달아 영입했다. 박 전 고검장은 내란 특검 출범 전인 지난해 6월까지 검찰의 12·3 비상계엄 합동수사본부를 이끌며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신자용 전 법무연수원장(28기)은 법무법인 이작, 정희도 전 대검 공판송무부장(31기)은 법무법인 우승에 합류했다.
부티크 로펌들은 기업 형사 부문을 보강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 경영권 분쟁과 금융 소송 전문 법무법인 서이헌은 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 출신인 구승모 전 대검 반부패부장(31기)을 대표변호사로 영입했다. 구 대표변호사는 “평검사 시절 법무부 상사법무과에서 회사법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경영권 분쟁에서 파생되는 형사 사건까지 폭넓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세·가사·상속 전문 법무법인 가온은 권순정 전 수원고검장(29기)을 형사부문 대표변호사로 선임했다. 법무부 법무과장·검찰과장·기획조정실장·검찰국장을 거친 대표적인 ‘기획통’이다. 서울 청담동 스타트업·정보기술(IT ) 전문 법무법인 비트는 김태은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31기)을 영입했다. 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장 등을 거친 데다 노동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으로 꼽혔다. 김 변호사는 “자문뿐 아니라 송무까지 아우른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검사장들도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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