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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오 산업 정책, 과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입력 2026-01-25 17:25   수정 2026-01-26 00:14

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 시장은 2023년 1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6000억 달러)의 3배 수준이다. 미국·중국·유럽은 바이오를 국가 안보와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했다.

미국은 2022년 행정명령을 통해 연구개발(R&D), 인력양성, 생산기반 확충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28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바이오 굴기를 내세워 생산설비와 공급망을 확충하고 선전에 대규모 바이오파운드리를 조성하고 있다. 영국, 스위스, 프랑스 등도 바이오 생산거점과 혁신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2023년 의약품 생산규모가 31조원으로 글로벌 비중이 1.4%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2030년까지 8~9% 성장을 전망하지만 이는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 민간 투자 지속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그러나 규제과학 역량 부족, 투자 생태계 미흡 등이 걸림돌이다.

바이오산업은 본질적으로 안전성과 개발 속도라는 상충하는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분야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신속한 상용화가 필수다. 두 가치의 적절한 균형이 핵심 과제다.

2019년 국내 K사가 개발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TG-C 사례는 안전성과 속도에 대한 접근방식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TG-C의 미국 임상 3상 중 세포 기원 착오가 발견되었다. 한국 식약처는 즉시 허가를 취소하고 K사의 주요 임원진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했다. 이후 재판이 4년 넘게 재판이 이어졌고, 2024년 11월 1심에서 전면 무죄가 선고되었다.

미국은 어떤가.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후 개발과정에서 동물실험 데이터 조작이 드러났지만 FDA는 승인을 취소하지 않았다. 대신 과학적 검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제품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졸겐스마는 계속 시판돼 2024년까지 전 세계 4000명 이상의 SMA 환자를 치료했다. 연간 매출은 2023년 12억 10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FDA의 과학 중심 접근이 혁신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을 보장한 것이다.

위의 사례는 우리의 규제과학 역량의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 첨단 바이오 제품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 실제 안전성과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국내 당국이 즉각 허가 취소와 형사 고발로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이오산업은 더 이상 가능성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이다. 과학적 규제를 통해 안전성과 속도 사이 균형을 찾는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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