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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 고객 볼모로 물류센터 점거한 GM 하청 노조

입력 2026-01-25 17:46   수정 2026-01-26 00:50


“원청 나와라. 한국GM 사장 어디 갔나.”

“고용승계가 안 되면 단 하나의 부품도 반출할 수 없다.”

지난 23일 찾은 한국GM 세종물류센터 앞에 모인 노조원 수십 명은 입을 맞춘 듯 똑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GM 하청노동자 120명 집단해고 철회’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이들은 올 들어 매일 이곳으로 출근해 전국 애프터서비스(AS)센터로 부품을 실어 날라야 하는 트럭 통행을 막았다. 이들이 막아선 정문 안쪽엔 AS용 부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GM “정규직 채용” 제안도 거부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 노사 갈등의 불씨가 붙은 건 지난해 하반기였다. 한국GM이 우진물류와 맺은 ‘하도급’ 계약을 종료하고, 부품물류 업무를 ‘서비스 용역’ 계약으로 바꿔서다. 이렇게 되면 한국GM은 용역업체와 물류 서비스 이행과 서비스 품질만 놓고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도급 계약 형태를 유지하면 3월부터 시행되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에 따라 한국GM은 일감을 주는 원청 사용자가 돼 하청인 우진물류의 요구에 따라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서다. 한국GM은 내수 판매 부진과 미국의 관세 부과 등을 감안해 몸을 가볍게 할 목적으로 서비스 용역 계약으로 돌렸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선 노란봉투법이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GM은 결국 우진물류를 포함해 4개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 용역 입찰을 실시해 정수유통을 새 사업자로 선정했다. 우진물류는 작년 12월 폐업 절차를 밟았고, 소속 비정규직 직원 120여 명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노조 측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우진물류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를 설립하면서 압박할 기미를 보이자 한국GM이 계약 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GM은 우진물류 근로자 전원에게 GM 부평·창원공장 생산직 채용을 제안했지만 대다수가 거부했다.

신규 계약 업체인 정수유통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수십 명을 신규 채용한 만큼 우진물류 근로자를 떠안기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오정택 정수유통 대표는 “한 달 동안 아무 일도 못 하고 인건비만 나갔다”며 “사태가 해결되기만 바랄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산업계 덮친 노란봉투법
한국GM 서비스센터는 사고 차량이 밀려들어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 한 서비스센터 대표는 “부품이 들어오지 않아 고객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갔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전국에 등록된 약 150만 대 차량을 위해 380여 개 서비스센터와 200여 개 부품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센터로 쏟아지는 불만 신고 건수는 평소보다 다섯 배 넘게 늘었다. 한국GM의 한 차주는 “사설 서비스센터에서 인증받지 않은 수입 부품으로 수리해 주겠다고 하지만 안전에 문제가 생길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GM은 부품 물류가 정상화할 때까지 서비스센터 입고 고객에게 GM 차량을 대여해주기로 했다. 또 GM의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필요한 부품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제는 근본적인 해법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한국GM은 한국 법규와 내부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부품 물류 사업을 서비스 용역 계약으로 바꿨고, 신규 사업자도 선정한 만큼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용역 계약을 맺은 정수유통에 고용승계를 요청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안을 중재해야 할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GM 본사가 이번 사태에 대해 ‘법대로 했는데 한국 정부가 지켜주지 않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안다”며 “노란봉투법이 한국GM 같은 외국인 투자 기업의 엑소더스를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세종=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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