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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에 중앙은행 '골드 러시'까지…금값 5000달러 시대

입력 2026-01-26 17:31   수정 2026-01-26 19:35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신뢰 하락으로 ‘탈달러 거래’ 흐름이 나타나며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자금이 몰린 영향이 크다. 여기에 신흥국 중앙은행까지 금 매수에 가세하며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연내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6000달러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있다.
◇ 투자자금 쏠리며 금값 빠르게 상승
26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한때 트로이온스당 5100달러를 넘었다. 1년 전보다 80% 이상 올랐다. 글로벌 투자업계는 1년 전만 해도 금값이 3000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금값은 지난해 3월 3000달러를 넘었고 10월 40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 들어 5000달러마저 뛰어넘었다.

금값 상승 요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이 큰손으로 떠올랐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은 2022~2025년 4년 연속으로 연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까지 14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 중앙은행이 올해 월평균 60t의 금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이 100t의 금을 매입할 때마다 금 가격이 1.5~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세계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가 금 가격을 견고하게 지지하고 있다”며 “신흥국 중앙은행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내 달러 비중을 줄이고 금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자금이 쏠리면서 금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한동안 관망하던 금융투자사와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금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엔 북미 펀드를 중심으로 사상 최대인 890억달러가 유입됐다. 현물 금으로 환산하면 801t 규모다.
◇ 흔들리는 달러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도 금 투자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의 정부 부채 급증으로 시장에선 미국 정부가 빚을 갚기 위해 ‘달러를 더 찍어낼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달러 약세도 안전자산인 금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지난 1년 새 9% 넘게 하락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Fed의 독립성까지 흔들어 관련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날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 저항선을 뚫어낸 직접적인 계기로는 지정학적 요인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시도, 캐나다를 향한 관세 부과 위협 등이 겹치며 미국과 서방 동맹국의 갈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관세전쟁,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이어 최근 이란 공격 가능성까지 지정학적 불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기·전자산업 등 금산업 관련 수요도 꾸준하다. 산업용 금 수요는 전체의 7~10% 수준이다. 귀금속 컨설팅 업체 메탈스포커스는 2024년 전자제품의 금 수요가 1년 전보다 9%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 주요 광산의 금 함유 수준은 지속해서 떨어져 1990년 t당 2.5g에서 현재 1.28g 수준으로 반토막 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양의 금을 얻기 위해 두 배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대규모 신규 광산 발견은 2000년대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미국에서도 2002년 이후 대규모 금 광산이 새로 나오지 않았다. 세계 금광 산출량은 2018년 연간 약 3658t으로 정점에 달한 이후 3600t 수준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 월가에선 ‘추가 상승론’도
월가에선 올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최고 목표가를 트로이온스당 4900달러에서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값이 올 상반기 6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모건스탠리와 HSBC는 금값이 올 상반기 5050달러대를 기록한 뒤 차익 실현으로 연말 400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강동희 신한PWM강남센터 PB팀장은 “미국 달러 가치와 금리의 방향성이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김진성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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