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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상호관세 인상…산업장관 곧 방미협의

입력 2026-01-27 09:38   수정 2026-01-27 09:3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국회가 한미 간의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무역합의 이전 수준으로 다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국의 관세 인하 조건으로 약속한 대미 투자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자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 '복원'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조속히 미국에 보내 트럼프 행정부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난 한국에 대해 자동차, 목재, 의약품에 대한 관세와 기타 모든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 시점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 난 2025년 7월 30일에 양국을 위한 위대한 합의를 했으며, 내가 2025년 10월 29일 한국에 있을 때 그런 조건을 재확인했다. 왜 한국 입법부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 국회의 승인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 입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은 한미전략투자기금 조성과 한미전략투자 공사 설치 등 대미 투자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한미 양국은 한국이 3500억달러(약 505조원) 규모 대미 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특별법이 한국 국회에 제출되면 그달의 1일자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작년 11월 26일 국회에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고, 미국도 작년 12월 4일 관보 게재와 함께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소급 인하했다. 다만 한국 국회에서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 투자가 당초 기대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된 거래 내용에 맞춰 우리의 관세를 신속하게 인하하는 행동을 해왔다.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교역 파트너들도 똑같이 하기를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역 합의에 대미투자특별법 제정 시한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은 무역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연간 200억달러 상한의 대미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

미국이 한국의 투자 이행을 압박한 배경에는 최근 원화 약세 상황에서 한국이 200억달러를 투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원화 가치의 급격한 약세가 한국 경제 펀더멘털과 맞지 않는다며 구두개입성 메시지를 낸 배경에도 미국 측의 이런 우려가 깔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20일에는 한국 정부가 환율 때문에 올해 약속한 2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지연하기로 했다는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구윤철 재정경제부 장관이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를 지연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구 장관은 투자 프로젝트 선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 집행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첫 대미 프로젝트 선정을 순조롭게 추진하는 듯한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이 지난 9일 미국의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온라인으로 일본의 대미 투자 관련 협의를 했다. 경제산업상은 양측이 첫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위한 준비에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과 추가 관세 위협에 반발해 유럽연합(EU)이 작년에 미국과 타결한 무역합의의 승인을 보류한 것도 한국에 조속한 합의 이행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미국 테크업계가 '비관세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국내 일부 입법 동향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내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무역 합의 이후 한국 국회가 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23일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묻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관세 인상 배경을 분석하면서 대응 마련을 분주히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미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나 세부 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위산업 협력 강화 논의를 위해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장관이 조속히 미국을 방문,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방침이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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