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표가 배임으로 기소돼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비료 제조 기업 대유가 상장폐지결정 무효 소송을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대유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배임 액수가 줄어 상폐 사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국거래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거래소의 '좀비기업' 퇴출이 가속화하는 만큼 거래소 단계 상장적격성 심사의 중요성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김 전 대표는 모바일기기용 양면테이프 업체 앤디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대유와 조광ILI 간 순환출자 구조를 만들었다. 검찰은 기소 당시 김 전 대표가 앤디포스 주식을 담은 신기술조합 지분을 대유가 약 65억원에 매수하게 했고, 주가 하락으로 지분 가치가 44억원으로 떨어져 대유에 약 2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유사한 구조로 조광ILI도 17억원의 손해가 났다고 봤다.
한국거래소는 2023년 6월 대유와 조광ILI 두 회사를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심사 사유인 10억원 이상의 배임 혐의 공소제기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유는 그해 12월 1년 간의 경영개선기간을 부여받았지만, 앤디포스를 매각하지 않는 등 재무 건전성이나 경영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가 의결됐다.
두 회사는 즉각 상장폐지 무효 가처분을 냈지만 기각되자 작년 4월부터 거래소를 상대로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검찰이 작년 5월 말 김 전 대표의 재판 중 배임 피해액을 대유 1억6377만원, 조광ILI 1억3613만원으로 공소장을 변경한 점을 근거로 상장적격성 심사 사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대유가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소명 기회를 부여받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거래소 요구를 대유가 이행하지 않은 게 상폐 결정 이유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한국거래소가 시장위원회에서 고려한 점을 종합하면 현재 조광ILI 최대주주의 적격성이 검증됐다거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법원 판단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중요성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거래소가 작년부터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회사는 총 38개사로, 직전 3년 평균의 약 2.5배에 달했다.
대유와 함께 상폐 결정 무효 소송을 낸 조광ILI의 승소 가능성도 낮을 전망이다. 배태현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법원은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폐결정이 타당한지만을 따진다"며 "실질심사로 상폐된 기업에 대해 엄격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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