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캐나다 등 서방 지도자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린란드 사태와 관세 위협 등 미국의 돈로주의(도널드 트럼프+먼로주의) 기조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미국 동맹국이 중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서방의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데다 미국의 보복 우려도 있어 당장 중국이 대체 시장으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중국 방문길에 오른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보수당 정부의 테리사 메이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보수당 정부가 안보, 인권 문제 등으로 중국과 대립하며 관계가 냉각됐다.2024년 출범한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는 중국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수당 정부 시절 양국 관계는 빙하기와 같았다”며 “현재 중국은 차세대 강대국 자리에 섰고, 영국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는 대중국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머 총리는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투자 및 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기업 대표가 스타머 총리와 동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중국에 고급 자동차, 의류, 위스키뿐 아니라 연금, 보험, 자산 관리 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 상품도 수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자 미국의 전통적인 서방 동맹국이 대체 시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은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변덕스럽고 불안정한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으로의) 길을 열어줬다”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국의 행보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는 미국의 압박에 서방국가 대부분이 자국 안보와 경제 보호를 이유로 중국과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자 각국 간 결속도 강화되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EU)과 인도는 양측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
카야 칼라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전례 없는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FT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 EU 상품에 부과한 관세가 양국이 약 20년 전 시작한 협상을 마무리 짓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양측은 2007년 무역 협상을 했지만 2013년 결렬됐다.
WSJ는 “시 주석이 집권하기 이전 (서방과 중국이) 무역과 투자에 낙관적이던 시기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다만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중한 헤징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해석했다. 스타머 총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종종 여러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청을 받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미국과는 여전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보 역시 중국과 서방국 관계에서 큰 걸림돌이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독자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하려면 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하며, 자체 핵 역량을 보유하는 데 수십억유로가 든다고 지적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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