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지 3개월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선언하자 산업계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5% 관세에 맞춰 올해 생산·판매 경영 계획을 수립한 수출 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한 대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날짜를 못 박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대미 투자 압박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관세가 25%로 오르면 수출 급감 등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회사가 가장 비상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자동차 25% 관세 부과 이후 2~3분기에만 4조6300억원에 달하는 관세를 부담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미국 판매량(183만 대)의 절반이 넘는 97만 대를 한국에서 수출했다. 미국에서 경쟁 중인 일본과 유럽연합(EU) 자동차가 15% 관세를 내는 만큼 관세 25%가 현실화하면 한국 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에서 25%로 인상되면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이 연간 5조3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3조1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다올투자증권은 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손실 비용이 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자동차를 50만 대 안팎 생산해 이 중 90%를 미국에 수출해온 한국GM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공장 생산량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한국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기업은 15% 상호관세와 함께 가전에 들어간 철강의 품목관세 50%를 따로 내고 있다. 관세 비용 증가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등이 겹쳐 삼성전자,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가전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가 25%로 오르면 기업들이 미국과 멕시코, 인도, 베트남 생산 비중을 높이는 ‘생산지 최적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보형/황정수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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