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휴머노이드를 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은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국내외 휴머노이드 기업과 납품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 중에는 전기차로 거래를 튼 테슬라뿐 아니라 여러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포함됐다. LG엔솔은 내년부터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첫 고객은 수년 전부터 공동 개발을 진행한 테슬라로 수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납품한다. 이들이 LG엔솔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배터리 장착 공간이 전기차의 5%에 불과한 휴머노이드 특성 때문에 더 강력한 배터리가 필요해서다. 중국이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제품으로는 수십 개의 관절과 인공지능(AI) 연산 장치를 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

에너지 밀도·안정성 향상이 관건…中은 삼원계 기술력 韓에 뒤처져
하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에서는 경쟁 양상이 달라진다. 차 바닥에 배터리를 잔뜩 넣을 수 있는 전기차와 달리 휴머노이드에 배터리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가슴, 등이 전부다. 면적으로 따지면 5% 이하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 기반 울트라 하이니켈(니켈 비중 95% 이상) 배터리가 유일한 대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온 한국 배터리 3사에 기회가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니켈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과 상당한 격차를 벌리고 있다.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와 2170, 46원통형 시리즈 양산 기술을 보유한 건 LG엔솔과 삼성SDI뿐이다. 소재사도 마찬가지다. 엘앤에프는 작년 하반기 세계 최초로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양산에 성공했고 에코프로비엠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엔켐과 솔브레인은 높은 니켈 비중에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고출력 전해액 기술을 개발했다. 도레이첨단소재, 더블유씨피는 울트라 하이니켈에 어울리는 분리막 기술 등을 갖췄다. 본격적인 납품은 내년부터다. LG엔솔이 테슬라에 수만 대 분량의 옵티머스용 배터리를 납품할 것으로 전해졌다.
CATL, BYD 등 중국 업체가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를 양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LFP 배터리에 집중한 까닭에 삼원계 제품은 니켈 비중이 50~70%인 미드니켈 기술만 갖고 있어서다. 중국이 장악한 LFP 배터리로는 휴머노이드를 1시간도 가동할 수 없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 세계 최대 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중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0%로, 최대 100조원 규모 시장이 창출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에선 울트라 하이니켈과 차세대 배터리인 46원통형 시리즈(지름 46㎜·높이 80㎜) 조합을 현 상황에서 휴머노이드에 가장 적합한 기술로 평가한다.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평범한 삼원계 배터리보다 30% 이상 높다. 46원통형 시리즈 역시 기존 각형·원통형·파우치형보다 20~3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체 연구원은 “LFP 배터리는 휴머노이드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에너지 밀도를 얼마나 높이는지가 휴머노이드용 배터리 전쟁의 요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규어AI, 애질리티로보틱스, 1X테크놀로지스 등 미국 휴머노이드 회사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만큼 한국 배터리를 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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