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 수준으로 원상복구하겠다고 위협한 것과 관련해 "한국이 한국의 몫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서비스에 관한 새 법안을 도입한 점을 문제삼았다.
그리어 대표는 27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 뉴스에 출연해 "우리와 한국은 무역 합의를 체결했지만 한국은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 법안을 도입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현재 한미관계가 악화된 듯이 묘사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어 대표는 "그들이 다시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오늘 아침 일찍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이번 주 후반에 한국 무역 담당자들이 여기를 방문하면 그들에게 직접 얘기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각각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그리어 USTR 대표 등과 면담하기 위해 방미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은 동맹이고, 반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바이든 전 대통령의 임기 4년 동안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25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폭증했다"면서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그리어 대표의 지적은 이러한 무역적자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의 대미투자가 늘어나면서 공장 건설을 위한 기계 설비, 장비, 각종 부품류 등을 반입하는 과정에서 대미 수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맥락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그리어 대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금액을 "향후 3년 동안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더 많은 미국 차가 한국에서 팔리도록 허용하고, 농업에 대한 비관세 장벽 일부를 제거하며, 우리 디지털 기업들을 공정하게 대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은 투자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디지털 서비스에 관한 새로운 법을 도입했으며, 농업에 대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법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가 경계하고 있는 온라인플랫폼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 없다. 이 개정안에는 빅테크 기업(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최종 포함되지 않았으나, 허위 조작정보를 유통시키는 것을 문제삼고 있는 만큼 빅테크의 콘텐츠 관리 책임이 강화되는 측면이 있다. 앞서 새러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담당 차관은 이 개정안에 관해 “표면적으로는 명예를 훼손하는 딥페이크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리어 대표가 농업 분야 비관세 장벽에 관해 언급한 것도 눈길을 끈다. 농업 문제에 관해 미국이 협상 이후 진척 상황에 관해 불만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작년 11월 공동 팩트시트에서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업 생명공학 제품(GMO)의 규제 승인 절차를 효율화하며,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미국 데스크'를 설치하고, 특정 명칭을 사용하는 미국산 육류와 치즈에 대한 시장 접근을 유지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관해 작년 7~8월 협의 당시부터 대부분의 요구사항에 대체로 동의하고 개선안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개선 속도가 미국 측이 보기에는 더디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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