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파산 위기에 내몰린 국내 수제 맥주 업계에 하이볼 주세 감면이 ‘한 줄기 동아줄’이 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수제 맥주 업체들이 이미 하이볼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해온 만큼 이번 세제 개편이 업계 전반의 숨통을 틔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5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오는 4월부터 2028년 12월 말까지 알코올 도수 8.5도 이하, 불휘발분 2도 이상 주류에 대해 주세를 30% 한시 감면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에는 대표적인 저도수 혼성주인 하이볼도 포함됐다.
그간 하이볼은 소비층이나 도수가 맥주와 유사한데도 '가격 기준'으로 과세해 수량 기준 과세를 적용받는 맥주보다 세 부담이 컸다. 같은 양의 캔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세금 구조 차이로 인해 맥주보다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던 셈이다.
이번 조치를 가장 반기는 것은 다름아닌 수제 맥주 업체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수제 맥주 수요가 빠르게 식으면서 어려움을 겪던 업체들이 하이볼 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수제 맥주 시장은 이미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MZ세대의 주류 취향이 위스키·와인·하이볼로 이동하고, 저도주·무알코올 선호가 확산하면서 수제 맥주 업계는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 주요 양조업체로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했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파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8월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갔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기한 내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해 회생절차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양조장 겸 펍인 성수동 매장 영업도 지난달 종료했다.
2011년 중소기업 최초로 제조일반면허를 획득하면서 국내 1세대 수제 맥주 업체로 알려진 세븐브로이도 지난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때 '곰표밀맥주'로 명성을 얻었지만 2023년 상표권 계약 만료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 지난해 10월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다음달 6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제 맥주 프랜차이즈 브롱스를 운영하던 와이브루어리 또한 올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수도권 곳곳에 100개 넘던 매장도 현재는 양재점, 광안리점 등 4곳만 남았다. 수제 맥주 업체 중 처음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던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 역시 경영 악화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제 맥주 업체들은 RTD(Ready To Drink) 하이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 맥주 양조 설비를 조금만 손보면 하이볼 생산이 가능하고 유통 채널 역시 맥주와 같이 편의점, 대형마트 중심이라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하이볼에 빠진 레몬', '하이볼에 빠진 자몽' 등을 선보였고 제주맥주는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하이볼 제품을 출시했다. 카브루는 '이지 하이볼',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에반 버번 하이볼' 등을 출시하며 하이볼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하이볼 주세 감면은 이런 흐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세제 혜택이 온전히 반영될 경우 소비자 가격이 최대 15% 안팎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하이볼 수요 확대와 함께 수제 맥주 업체들도 현금흐름 개선과 사업 정상화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주세 감면 효과가 얼마나 소비자에게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일수록 세제 혜택을 가격 인하보다 손익 개선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볼 시장이 성장세에 있는 만큼 이번 조치로 여러 업체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면서도 "일시적 연명 수준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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