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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프롬프트와 그 산출물,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나[최자림의 지식재산권 산책]

입력 2026-02-04 08:02   수정 2026-02-04 08:03

[지식재산권 산책]



“고흐의 화풍으로 서울의 밤거리를 그려줘.”

단 한 줄의 문장, 이른바 ‘프롬프트(prompt)’를 입력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불과 몇 초 만에 수준급의 화가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이미지와 글이 넘쳐나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몇 년 전에는 국내 웹툰이 생성형 AI로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제작사 측은 생성형 AI를 후보정 단계에서 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는 생성형 AI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현실과는 별개로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독자들이 여전히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떠오른다. 밤새 고민하며 공들여 쓴 나의 정교한 프롬프트, 그리고 그 결과물은 법적으로 내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 저작권법상 단순히 입력한 지시어만으로는 저작권을 인정받기 어렵다. 저작권법의 대원칙 중 하나가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을 보호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구체적인 문장이나 선율로 표현한 결과물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면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프롬프트는 다수의 경우 아이디어나 지시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생성형 AI에 입력한 프롬프트나 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단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2025년 6월 발간한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 저작물의 저작권 등록 안내서’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롬프트 입력 행위는 일반적으로 결과물을 생성하기 위한 일종의 아이디어 제공 또는 지시 정도에 불과하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므로 프롬프트가 언제나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즉 프롬프트 자체에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프롬프트 역시 저작물로 인정되고 저작권 등록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생성형 AI의 산출물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생성형 AI가 기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 그 자체는 저작물로 인정되기 어렵지만 인간이 창작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여 창작적 기여를 한 경우 그 기여가 반영된 부분은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저작권청은 2025년 초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된 저작물인 ‘한 조각의 아메리칸 치즈(A Single Piece of American Cheese)’에 대해 저작권 등록을 허용한 바 있다. 미국 저작권청은 처음에는 등록을 거절했으나 제작자가 단순히 프롬프트 한 줄을 입력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의 특정 영역을 지정해 반복적으로 수정(inpainting)하고 구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등 수십 단계의 창작적 의사결정을 거쳤음을 입증하자 등록 신청을 받아들였다.

또한 위 안내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저작물이 다수 등록된 사례가 확인된다. 주로 생성형 AI로 산출물을 생성한 후 이를 조합·변형·배치하여 완성한 최종 이미지나 영상에 대해 저작권 등록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최근의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생성형 AI의 산출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저작권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별로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인정된다면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산출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리터칭, 편집, 또는 새로운 요소의 추가를 통해 인간의 창작적 개입을 명확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제작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완성본만 보관할 것이 아니라 프롬프트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 여러 결과물 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배열했는지 등의 과정을 기록해 두는 것이 향후 저작물성 증명에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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