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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약달러' 용인…환율 1420원대 '뚝'

입력 2026-01-28 17:54   수정 2026-01-29 02:14


미국 달러화 가치가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달러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달러 약세’ 용인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아시아 통화 가치가 일제히 상승했다. “한국의 관세율을 높이겠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누그러진 것도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23원70전 내린 1422원50전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431원으로 출발한 뒤 오후부터 낙폭을 키웠다. 장중 한때 1420원까지 떨어지며 1410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지만 장 막판 소폭 상승했다.

이날 주간 종가는 지난해 10월 20일(1419원20전) 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일 1478원10전이던 것을 감안하면 1주일 만에 55원60전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은 달러가 급격한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7일(현지시간) 장중 95.55까지 하락했다. 2022년 2월 이후 약 4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달러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달러 가치는 훌륭하다”고 말했다. 미국 수출 기업의 이익을 위해 달러 약세를 반긴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달러 약세는 올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4거래일 연속 하락해 올해 들어서만 3% 가까이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린란드 합병 야욕, 미국 중앙은행(Fed) 압박, 감세 정책으로 인한 재정적자 심화 우려,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 리더십 스타일 등이 달러 약세 가속화의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미국과 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엔화는 달러인덱스를 계산하는 주요 통화 중 하나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달러당 152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트럼프 "위안화·엔화 절하 불공평"…亞 통화가치 일제히 상승
엔화가치도 3개월 만에 최고치…안전자산 金 사상 첫 5200弗 돌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 가치가 4년 전 수준으로 급락했다. 미국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와 미국 중앙은행(Fed)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우려가 커진 가운데 미국 경제와 대외정책 불확실성이 달러 약세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은 달러 약세에 연동해 큰 폭으로 하락(통화 가치는 상승)했다.
◇ 달러 가치 3% 하락

27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53% 내린 95.55까지 하락했다. 2022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올해 들어서만 3%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느냐는 취재진 질의에 “달러는 훌륭하게 하고 있다”고 답하며 달러 가치 하락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과 일본은 위안화와 엔화 가치를 계속해서 낮춰왔고 이는 불공평하다”며 “나는 그들과 치열하게 싸워왔다”고 말했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달러 약세를 반긴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처럼 미국 제조업을 부흥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 약세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약달러를 원한다는 점을 부인해왔지만,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현재 시장에 퍼져 있는 해석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전했다.

시장은 달러 약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 약세를 불러온 요인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특히 올해 5월 임기가 만료되는 제롬 파월 Fed 의장 후임으로 금리 인하를 강조하는 인사가 임명되면 달러 추가 약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티븐 젠 전 모건스탠리 통화전략가는 “이번 움직임은 달러가 한 단계 더 추락하는 국면의 시작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 금값·아시아 통화 강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엔화 가치도 눈에 띄게 올랐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1엔대까지 떨어지며 엔화 가치가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 23일만 하더라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9엔이었으나 4거래일 만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환율과 관련해 “미국 당국과 긴밀히 공조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며 엔화 강세를 부추기는 발언을 내놨다.

국내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에 연동해 원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1422원50전까지 하락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 트럼프의 약달러 용인 발언 등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수출업체의 매도 물량이 나온다면 환율 저점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 수요는 금에 몰렸다. 이날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5200달러를 넘겼다. 은 현물도 트로이온스당 110달러를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라 미국 자산 비중을 줄이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탈달러 거래) 움직임에 따라 귀금속 가격이 상승했다.

강진규/한경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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