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800만 부 이상 팔리며 ‘장내미생물’ 열풍을 일으킨 <이토록 위대한 장>의 줄리아 엔더스(Giulia Enders)가 11년 만에 발표한 <오가닉 (Organisch)>이 독일에서 또다시 큰 화제다. 작년 8월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최상위권 목록에 오르더니, 새해 들어서도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오가닉’의 사전적 의미는 ‘유기체적인’, ‘살아 있는 체계로서의’라는 뜻으로, 이번 책 역시 인간의 몸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관점을 선사한다.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소화기내과 전공의로 활약하고 있는 줄리아는 우리 몸이 따로 떨어져 제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기관들이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균형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점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번 책에서 그는 장, 면역, 호흡, 피부, 뇌 등의 신체 기관을 ‘분리된 요소’가 아닌 ‘연결된 시스템’으로 설명하며, 우리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을 ‘고장’이 아닌 ‘신호’로 읽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장’ 연구만 열심히 하면 좋은 의사가 될 줄 알았던 줄리아는 환자들을 직접 마주하며 그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급기야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신의 몸에 나타난 피부 반응을 보면서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피부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는 듯했다. ‘이 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이 질문에 나는 피부가 상처를 다루는 방법을 통해 답을 얻었다. 바로 몸을 살피는 것이었다. 피부가 준 가르침은 나를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다시 살 수 있게 했다.”
책은 ‘연결’과 ‘상호작용’을 배제한 채 우리의 몸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몸을 ‘부품의 집합’이 아닌, 끊임없이 신호를 교환하는 ‘하나의 유기체’로 바라보면, 질병과 건강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예컨대, 만성적인 피로는 단순히 ‘쉬지 않아서 생긴 문제’ 또는 ‘증상’이 아니라, 수면, 소화, 면역 반응, 스트레스 반응이 서로 얽혀 ‘피로’라는 신호로 나타난 것이다.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증상’이 아니라 ‘신호’를 해석하는 방식을 소개하는 이 책은 폐, 면역체계, 피부, 근육, 그리고 뇌를 아우르며, 유기체로서 각 기관이 지닌 역할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선보인다.
이번 책에서도 개인적인 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인상적인 비유로 엮어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글솜씨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폐 여행을 떠날 때는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로, 면역체계를 설명할 때는 어릴 적 아지트였던 빌 할아버지 집 이야기로, 피부를 소개할 때는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하면서,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의학 이야기를 쉽고 편안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글로벌 베스트셀러 <이토록 위대한 장>과 마찬가지로 <오가닉>에서도 줄리아의 언니인 질(Jill)이 매력적인 삽화를 그렸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