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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이 비싸게 팔더니"…중산층 떠나자 경고등 켜진 명품

입력 2026-01-29 12:03   수정 2026-01-29 13:07


세계 최대 명품 제국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그간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어 온 럭셔리 산업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LVMH는 28일(현지시간) 지난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808억 유로(약 117조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수합병이나 환율 변동 효과를 제외하고 기업이 순수하게 사업을 통해 거둔 성적을 의미하는 ‘유기적 매출(Organic Revenue)’ 성장률은 전년 대비 1% 하락하며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룹의 핵심이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가죽 제품 부문의 매출이 5% 급감한 것이 전체 실적 부진의 결정타가 됐다. 이날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LVMH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89% 폭락한 542.8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명품 업계 전반으로 번져 구찌를 보유한 케링 주가가 5.4% 하락했고, 살바토레 페라가모(-6.5%)와 에르메스(-1.1%) 등 주요 브랜드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번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는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와 더불어 ‘어스피레이셔널(Aspirational) 소비자’의 급격한 이탈이 지목된다. 어스피레이셔널 소비자란 상류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며 입문용 명품 가방이나 액세서리 등을 구매해 온 중산층 고객층을 뜻하는데,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이들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면서 소위 ‘보복 소비’의 황금기가 끝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류 부문인 헤네시 코냑의 매출이 9% 감소한 것은 미국과 중국 내 소비 심리 위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매출 정체 속에 브랜드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LVMH의 영업이익률이 2024년 23.1%에서 2025년 22%로 하락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 국면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이번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농담을 하며 여유를 보였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지정학적 불안과 프랑스를 포함한 각국의 증세 정책이 성장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올해 역시 경영 환경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CN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이번 LVMH의 실적 쇼크를 두고 “명품 산업이 더 이상 경기 불황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 또한 LVMH가 그동안 실적을 지탱해 온 가격 인상 전략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제는 단순한 가격 결정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적인 갈망(Desirability)을 회복해야 하는 구조적 과제에 직면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안재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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