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면서 중동 내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핵 협상에 열려있다는 뜻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대규모 함대가 이란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 함대는 엄청난 힘과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신속히 협상 테이블에 나와 공정하고 평등한 ‘핵무기 포기’를 도출하기를 바란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군은 핵 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을 중심으로 대규모 미 해군 전력을 중동에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란 주변에 해군 전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군에 따르면 지난 26일 링컨함과 함께 3척의 유도미사일 구축함이 출항했다. 약 5000명의 추가 병력도 투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6월 B2 폭격기가 이란의 핵 시설 3곳에 15t의 폭탄을 투하한 후 이란 일대에 배치된 최대 규모의 미군 군사력 증강”이라고 짚었다.
미군은 이미 이 지역에 3만~4만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국가에 분산 배치된 5개 항공단과 2척의 구축함을 포함한 5척의 전함, 방공 시스템 등이 포함된다. 다나 스트롤 전 국방부 중동 담당 차관은 “이번 추가 자산 확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방어보다는 공격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작전을 언급하며 이란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함대는) 필요하다면 신속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와 의지, 능력을 모두 갖췄다”고 했다. 공격이 이뤄진다면 지난해 6월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타격했던 미국의 공습보다 강력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과 같은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를 제거한다고 해도 정권의 본질이 바뀌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FT에 “미국은 적절한 병력을 배치하지 못했고 계획을 세울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베네수엘라보다) 지리적 조건도 훨씬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변수다. 에너지애스펙트는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석유 운송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이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정권이 그 어느 때보다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 당국이 시위대의 핵심 불만 사항인 경제 붕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이란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간단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고 지도자와 정권이 무너진다면 그 체제 내부에 비슷한 전환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이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 외에는, 현재 우리가 논의 중인 것보다 더 복잡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미국의 위협에 즉각 대응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같은 날 X에 “이란은 지난 6월 전쟁 당시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신속하며 심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시에 아락치 장관은 “상호 이익이 되고 공정한 핵 협상에 열려 있다”며 “이런 협상은 강압, 위협, 협박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란의 평화적 핵기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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