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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은값 폭등과 폭락은 무얼 말하는가[EDITOR's LETTER]

입력 2026-02-05 06:53   수정 2026-02-05 06:54

[EDITOR's LETTER]

‘가난한 자들의 금, 악마의 금속, 민중의 돈.’

은을 부르는 별칭입니다. 금과 비교해 소외됐던 은의 역사가 담긴 단어들입니다. 은에 대한 기억도 그렇습니다. 돈 없던 대학 시절 금반지를 못 사는 연인들은 은반지로 커플링을 맞췄습니다. 집안 어딘가에 있는 검게 변색된 어머니의 은수저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은은 금본위제 이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위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중세까지 세계 GDP의 절반을 차지했던 중국의 공식 화폐는 은화였습니다. 16세기 스페인이 남미에서 대규모 은광을 발견한 후 8리알 은화는 세계의 공식 화폐가 됐습니다. 아편전쟁도 은화로 인해 발발했습니다. 영국이 청나라로 유출되는 은을 ‘아편 밀수’로 다시 회수하려다 발생한 전쟁입니다.

19세기 들어 은은 화폐의 자리에서 내려옵니다. 은의 추락을 말할 때 단골로 소환되는 동화가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한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타지로 날아갔다가 힘든 여정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스토리. 이 동화에는 은의 비극이 녹아 있습니다. 금융자본의 대리인이었던 미국 정부는 1873년 화폐주조법을 만들어 금본위제를 채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쓰는, 공급도 충분한 은을 화폐의 자리에서 끌어내립니다. 이를 통해 미국 금융자본은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1873년의 범죄’라 불리기도 합니다.

동화에서 소녀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 시민을, 마녀는 금융자본을 상징합니다. 도로시가 신고 다니는 은 구두는 은본위제, 도로시가 걷는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 도로시와 함께한 허수아비는 농민, 양철 나무꾼은 도시 노동자에 대한 비유입니다. 마법사 오즈는 전지전능해 보이지만 커튼 속에서 기계를 조작하는 사기꾼으로 묘사된 당시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암시한다는 게 유력한 해석입니다. 은 구두의 힘으로 도로시는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구두를 사막에서 잃어버립니다. 은본위제의 종말을 묘사한 것이지요.

은은 이후 금의 화려한 그늘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1980년 다시 무대로 등장합니다. 헌트 형제란 사람들이 미국에서 은 사재기를 통해 가격을 단기간에 수십 배 끌어올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결국 거래소는 선물 증거금 가격을 올리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헌트 형제를 파산으로 몰고 갑니다. ‘헌트 형제의 비극’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2020년 월가가 은을 짓눌러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납니다. 미국 법무부는 JP모간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수십만 건의 시세조작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은 가격이 오르려 하면 매도창에 엄청난 양의 가짜 매도 주문을 넣습니다. 공포를 유발해 가격이 떨어지면 주문을 취소합니다. 개미들은 패닉에 은을 팔고 JP모간은 바닥에서 실물을 싸게 매집하거나 공매도 수익을 챙겼습니다. 이 행위에 대한 벌금은 당시 환율로 약 1조7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 사건은 월가가 갖고 있는 은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 가격 상승은 달러 중심 화폐체제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올라 현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 그들이 거래하는 막대한 양의 ‘종이 은(선물 거래)’은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런 은이 화려하게 무대로 돌아왔습니다. 뛰어난 열과 전기 전도율, 빛반사율 등 대체불가능한 물리적 특성이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 태양광 패널,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은의 수요처가 급증한 영향입니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은이 사용됩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은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런 이유로 은값은 급등했고, 금의 추격자가 아닌 독립적인 금융자산이자 산업재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집안의 은수저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당근마켓에는 다양한 은 제품이 올라옵니다.

물론 이같은 급등에 대한 과격한 견제(?)로 일시적 폭락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요증가가 계속될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금과 은에 대한 급증하는 수요를 보며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음을 느낍니다. 흔들리는 달러체제, 은에 대한 산업 및 투자 수요의 급증, 각국의 은 수출 통제 등이 한 방향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다시 온 ‘은의 시대’입니다.

걱정도 있습니다. 모든 산업의 방향은 은 수요의 급증을 가리키고 있는데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은 어떤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 잘 준비하고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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