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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영혼의 공간' 만든 임윤찬, 슈만을 위한 詩를 선사하다

입력 2026-01-29 17:08   수정 2026-01-29 17:09

거장들의 협연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수년 치 빽빽한 스케줄이 있는 거장들의 만남은 두 별의 충돌과 같은 성대한 이벤트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뤄진 정명훈과 임윤찬의 만남이 그랬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이 수석객원지휘자를 맡고 있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가 함께해 올해 클래식 최고 무대로 기대를 모았다.

음악회의 시작을 알린 곡은 드레스덴에서 전성기를 보낸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서곡이었다. 지휘자가 청중에게 인사하고 관현악을 향해 돌아섰을 때 콘서트홀은 적막에 휩싸였다. 오직 기대로 가득한 경이의 순간, 이미 음악은 시작됐다. 마치 ‘dal niente’(무로부터)를 연주하듯 고요 속에서 조용히 소리가 들려오고, 마침내 따뜻한 음색을 가진 호른이 여유 있는 템포로 주선율을 연주하며 소리의 꽃을 피웠다.

이후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섬세한 제스처의 극적 표현, 조화롭고 유연한 소리, 자연적 흐름에 가까운 음들의 연속은 지휘자와 악단이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줬다. 그리고 어느덧 ‘al niente’(무의 상태로)로 조용해지는 과정은 완결된 삶의 노래였다.

이어서 임윤찬의 협연으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됐다. 임윤찬은 밴클라이번 콩쿠르부터 독창적인 해석과 과감한 시도를 선보였고, 이후 여러 연주에서 독특한 분석 능력과 개성적 해석을 재차 보여줬다. 선명한 고음과 저음의 역할 분담, 서서히 고조되는 빌드업, 클라이맥스에서 템포를 더 당기면서 유지하는 긴장감, 자유로운 루바토(템포를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주)로 표현하는 서정성 그리고 뜻밖의 감정적 절제와 긴밀한 앙상블 등. 이런 특징들은 그가 악보를 정확히 구현해내는 콩쿠르 스타가 아니라 음악을 체화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드는 ‘예술가’임을 증명했다.


이번 공연에서도 이런 특징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명징한 고음에 대비되는 저음은 옛 거장의 진중한 발걸음처럼 울렸고, 그사이에 흐르는 내성부는 소용돌이치듯 생동감을 더했다. 슈만은 피아노가 기교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피하고자 관현악과 연결된 진행이 많은데, 이는 임윤찬의 연주를 더 빛나게 했다. 독주 때는 음마다 길이와 다이내믹이 다를 정도로 자유롭다가도 악단과 함께할 때는 자신의 흐름을 관현악의 호흡에 실을 줄 아는 유연함이 돋보였다.

피아노의 명료한 타건은 따뜻한 관현악과 대비되며 이중주 같은 입체감을 만들었다. 2악장 끝의 짧은 정적은 영적 희열을 선사했고 3악장은 빠른 템포 속에서도 풍부한 저음 울림으로 공간을 견고하게 채웠다.

이렇게 익숙한 작품에서 마주한 생경한 경험은 슈만의 영혼이 임윤찬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새로운 목소리였다. 그간 서정성에만 치우친 해석들이 연주자의 관념에 머물렀다면, 임윤찬은 ‘시를 넘어선 시’를 지향한 슈만의 본질에 더 다가섰다. 앙코르는 쇼팽의 왈츠(작품번호 34-2)를 연주하며 절제의 감성으로 또 하나의 시를 읊어줬다.

후반부의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는 깊은 고요로 시작해 빛나는 소리의 향연으로 이어졌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감정의 폭발보다 조화로운 소리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다. 이것이 다르게 들리게 한 핵심이다. 1악장은 완급 조절과 크레셴도로 극적 표현을 강조했다. 이런 표현은 특히 금관에서 효과적이었으며 불필요하게 감정이 들뜨기보다는 중후한 멋을 만들었다.

2악장은 충분히 느리게 연주하며 음향을 조화롭게 이끌었다. 다이내믹과 음색의 대비를 선명히 드러내고, 현악 앙상블의 내성부를 강조해 입체감을 살렸다. 감상자들은 그 공간에 영혼을 띄워 각자의 황홀경을 경험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음향이 풍부한 부분에서는 절제하고, 음향이 부족한 부분은 음량을 키워 조화를 이루게 한 전략도 있다. 3악장은 경쾌한 리듬 속에서도 무게감을 유지했고 4악장은 역동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노련미를 보였다. 마지막 화음의 실수는 아쉬웠으나 앙코르인 교향곡 7번 3악장이 그 여운을 달랬다.

이렇게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익숙한 표현의 재현보다 그들의 소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음 하나하나에 생성과 소멸을 살린 입체적 흐름으로 드레스덴만의 기품을 전했다. 바그너가 보낸 찬사 ‘기적의 하프’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여전히 빛나는 오늘의 모습이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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