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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규제특구내 '주 52시간 완화' 논의…AI 특별연장근로도 확대

입력 2026-01-29 18:13   수정 2026-01-29 19:57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구조개혁의 특징은 ‘현장 중심 실용주의’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전략 산업 분야에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산업계 호소를 수용해 근로시간 규제 완화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기간제 근로자 2년 제한 등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악화시킨 제도도 과감히 손보기로 했다.
◇“항저우는 불 안 꺼지는데”
태스크포스(TF)는 AI 연구개발(R&D) 등 국가 전략 산업에 한해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란 재난이나 업무량 폭증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경제 부처는 “중국 항저우 등의 산업단지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데 우리는 연구 흐름이 끊겨 경쟁력이 수직 낙하하고 있다”는 산업계 요청을 수렴해 TF에서 강하게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특구에서 주 52시간 근로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메가특구란 여러 시·도를 하나의 광역권으로 묶어 동일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초대형 규제 완화 지역이다. 한 도시나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규제자유특구나 산업단지에서 벗어나 수도권 남부, 충청권, 동남권, 호남권 등 권역을 AI, 반도체, 바이오 등 전략산업 특구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단위 규제 적용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문제를 포함한 주요 쟁점은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방향을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근로자 2년 고용 제한 완화도 논의 대상이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2007년 도입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의무화하고 있다. 경영계는 2년 제한이 고용 경직성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2년 규제를 4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해 무산됐다.
◇호봉제 깨고 직무급제로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도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 핵심 공약인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직무급제 도입도 논의하기로 했다. 직무급제는 업무 난이도와 성과에 따라 보수를 차등화하는 방식이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연공서열제)를 유지한 채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강력한 저항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임금체계 변경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소지가 커 법적·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TF의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2월 로드맵을 발표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입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동 보호 장치 강화 논의도 병행된다. TF는 야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보호 대책 마련과 연차휴가 일수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휴식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 중이다. 야간 노동 건강권 보호에서는 쿠팡 등 새벽배송 산업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TF는 또 3월 시행이 예정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의 현장 안착 지원도 함께 논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진보 정부라면 꺼내기 힘들었을 기간제 규제 완화 등이 의제에 오른 것은 우리 산업계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며 “대통령 보고 과정에서 노동계 반발을 고려해 세부 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했다.

곽용희/하지은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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