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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진짜 문제점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 정석]

입력 2026-02-03 06:30  


1월 29일 정부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관계부처 합동 자료를 봤지만 역시나로 마무리됩니다. 작년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9·7 대책)이 발표된 후 서울의 주택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이번에도 현장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벌써 우려됩니다. 알맹이 없는 서류상의 공급은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재앙이며 미래의 주택수요까지 당겨지게 만드는 불안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언론과 방송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도외시한 채 유휴부지와 노후청사 그리고 그린벨트 등 착공까지 하는 데만 짧게는 3~4년이 소요되는 공급대책은 현재의 주택시장의 문제점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자체와 주민협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음에도 굳이 어려운 길을 가는 정부는 주택공급을 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겉보기는 쉬워도 세부사항에서 문제가 드러나므로 일할 때는 철저하게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충 보면 쉬워 보여도 제대로 해내려면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 마찬가지로 현장을 잘 모르는 이 정부는 시간과의 싸움이 아닌 디테일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겁니다. 언론과 방송에서 보지 못한 디테일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발표된 주택공급 대책에 포함된 많은 지역이 과거 문재인 정부 때도 발표된 곳입니다. 당시에도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로 실행되지 못했습니다. 당시 서울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넣겠다는 계획도 당시 6000가구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저는 더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과거와 다르게 임대주택이 많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임대주택 비중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만 더불어민주당이 구청장으로 재직 중인 노원구 입장을 들어보면 임대주택이 상당한 비중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원구의 요구사항은 임대주택을 35% 이상 넣지 말라는 겁니다.

이를 최소기준으로만 설정해도 정부가 발표한 6만 가구 중 2만 가구 정도가 임대주택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남은 가구 수는 4만 가구인데 이 정도 물량이면 문재인 정부 때 서울에 입주했던 한 해 평균 아파트 입주물량인 4만5000가구에도 모자라는 수치입니다. 물론 35%는 최소 기준으로 보여집니다. 더 늘어날 것으로 걱정되니 노원구에서도 35%를 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청년, 신혼부부에 중점 공급한다는 언급과 함께 2026년 상반기에 주거복지 추진방안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언급했습니다. '주거복지'라는 말과 현 정부의 정책기조로 미뤄보면 임대주택비중은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량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지자체와 주민들과 협의입니다. 이렇게 임대주택비중이 많으면 문재인 정부 때보다 더 협의가 진행되기 어려울 겁니다. 분양물량이 대부분인 시절에도 반대했는데 임대주택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면 주민들의 반발은 더 거셀 겁니다. 주민들이 반발하고 심하면 자치단체장을 소환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건데 지자체 또한 쉽게 동의해주기는 어려울 겁니다.

지금은 본격화되고 있지 않지만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도외시하면서 도심공공복합사업에 대한 미련은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아예 '도심복합사업 시즌2'라고 명시하면서 공급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패한 정책을 계속 하고 싶은 이유는 민간보다는 공공을 우선시하는 정권의 DNA 때문일 겁니다. 민간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서울의 주택공급은 요원한 과제입니다. 정권의 DNA로 인해 공급절벽은 2035년까지도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법을 바꾼다고 공급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법 만능주의에 빠진 현 정부는 법이면 다 되는 줄 압니다. 작년에 발표된 9·7 대책 이행실적을 보면 온통 제도개선과 법 개정사항들만 나열돼 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현장에 나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는지 의문입니다. 주택공급은 100% 현장의 예술입니다. 모든 문제는 현장에 있고 모든 해결책 또한 현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서류상의 공급으로는 주택수요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습니다.

현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살펴보면 문제해결보다는 문제를 증폭시킨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도 의문입니다. '나도 용산에 살 수 있다'는 희망고문은 태강릉 주변 주민들에 대한 계속된 희망고문보다 더 나쁜 시도입니다. 국가유산인 태강릉에 주택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내로남불도 큰 문제이지만 실패한 정책을 계속 들고나오는 오기 또한 걱정입니다. 주택공급은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주민과 지자체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과 같은 서류상 공급은 현실성도 없지만 주택시장을 더욱 불안하게만 할 겁니다. 정권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은 골든타임이 남아있는 걸로 보입니다. 문제해결 위주의 정책대안이 하루빨리 나오길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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