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현의 코인레이더>는 한 주간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의 흐름을 짚고, 그 배경을 해설하는 코너입니다. 단순한 시세 나열을 넘어 글로벌 경제 이슈와 투자자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며,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이번 주 비트코인은 박스권을 유지하는 듯 보이다가, 30일 자정 이후 급격히 흔들렸습니다. 고점 대비 약 3000달러 가까이 빠지며 8만2000달러선 아래까지 내려왔는데요. 30일 현재도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8만3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번 하락은 단일 이슈보다는 미국발 리스크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촉발 요인은 미국 기술주의 급락이었습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하루 만에 11% 넘게 급락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는데요. 실적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클라우드 성장 둔화와 투자비 증가 우려가 부각되며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이 여파로 나스닥 지수가 1.5% 빠졌고,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비트코인도 이 흐름을 피하기엔 어려웠습니다.
여기에 미국 정치 리스크까지 겹쳤습니다. 미 상원이 절차 표결에서 하원 예산안을 부결시키며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이 다시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 합의에 도달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미 시장에는 불안 심리가 상당 부분 반영된 뒤였습니다.
지정학적 긴장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이 항공모함의 인도양 작전 모습을 공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이란 간 갈등이 다시 부각됐습니다.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비트코인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앞둔 불확실성도 시장을 눌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차기 연준 의장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최종 후보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릭 리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압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상대적으로 매파 성향이 강한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했고 이 역시 비트코인에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30일 오전 비트코인은 패닉 셀링 양상을 보이며 불과 몇 분 만에 2000달러 이상 급락했고, 8만2000달러 핵심 지지선을 순식간에 내줬습니다. 해당 구간이 무너지자 자동 손절과 강제 청산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하락이 가속화됐습니다. 코인글래스 기준으로는 단 1시간 만에 약 7억7000만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고, 대부분이 롱 포지션이었습니다.
전망을 보면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큽니다. 글래스노드는 비트코인이 단기 보유자 비용선 안착에 실패하며 약세 구조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했고,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코인데스크는 1차 지지선으로 8만1000달러를 제시했으며, 이 구간이 무너질 경우 7만5000달러대까지도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당분간은 매크로 변수에 따라 가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간으로 보입니다.
2. 이더리움(ETH)

이더리움 역시 비트코인과 함께 큰 폭으로 흔들렸습니다. 한때 2800달러 아래까지 밀리며 기술적으로도 부담스러운 구간에 진입했는데요.
이번 조정은 현물 매도보다는 파생시장 레버리지 정리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이더리움 파생상품 미결제약정이 약 80억달러에서 64억달러 수준까지 급감했습니다. 신규 매도보다는 쌓여 있던 레버리지가 빠르게 정리되는 과정에서 가격이 밀렸다는 해석입니다. 실제로 미결제약정이 줄어드는 동안 누적 시장가 체결 흐름은 상승세를 유지해, 숏 포지션이 공격적으로 쌓인 국면은 아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술적으로는 2900달러 지지선 이탈이 하락을 더 키웠습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구간을 깨면서 30일 이동평균선과 피보나치 50% 되돌림 구간을 동시에 깼습니다. MACD 역시 하락 가속 신호를 보여주면서, 2주간 이어졌던 횡보 구조도 무너진 상황입니다.

다만 긍정적인 재료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28일 비트마인이 이더리움 약 6만개를 추가로 스테이킹하며 일시적으로 3000달러 회복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비트마인의 총 스테이킹 물량은 약 232만개로, 연간 스테이킹 수익도 상당한 규모로 추정됩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새로운 'ERC-8004' 표준이 메인넷에 배포됐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ERC-8004는 AI 에이전트를 온체인에서 등록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더리움 개선 제안인데요. 해당 표준을 적용하면 서로 다른 조직과 플랫폼에 속한 AI 에이전트들이 사전 신뢰 관계 없이도 서로를 발견하고 평판을 확인한 뒤 상호작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이 AI 경제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2750달러가 다음 핵심 지지선입니다. 이 지지선을 확실하게 잃을 경우에는 2400달러대 재시험 가능성도 열려 있는데요.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텔레그래프의 경우 더욱 전망을 내놨습니다. 매체는 "이더리움은 최근 삼각형 패턴 하단을 돌파한 후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지점을 다시 테스트했지만 실패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였다. 이더리움 가격은 2월 중순까지 2250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가격이 다시 삼각형 패턴 하단을 회복하고 3065달러를 돌파한다면 하락 시나리오는 무효화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3. 엑스알피(XRP)

엑스알피는 이번 조정장에서 특히 답답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가격이 1.8달러선 아래에 머물며 반등에 힘을 쓰지 못했는데요. 30일 현재도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1.76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가장 큰 변화는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하던 엑스알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수급이 처음으로 흔들렸다는 점입니다. 지난주 엑스알피 현물 ETF에서는 약 4100만달러(약 588억원)가 순유출됐고, 이는 상장 이후 첫 주간 순유출이었습니다. 순자산총액도 16억달러에서 13억6000만달러까지 줄었습니다.
주요 지지선인 1.87달러가 붕괴되면서 매도세가 가속화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기술적으로 주요 지지선이었던 1.87달러가 확실히 붕괴되면서 대량의 거래량과 매도세가 가속화됐고 단기 하락 추세가 확정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때의 매도세 유입으로 인해 가격이 빠르게 1.8달러까지 밀려났다는 겁니다.

다만 온체인 지표에서는 엇갈린 신호도 나옵니다. 엑스알피를 100만개 이상 보유한 지갑 수가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기 때문인데요. 29일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멘트는 X를 통해 "엑스알피를 100만개 이상 보유한 지갑 수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해, 순증 기준 42개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단기 조정 국면에서도 고래급 투자자들이 물량을 모으고 있다는 신호로, 중장기 수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해석됩니다.
전망만 놓고 보면 신중한 시각이 많습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1.8달러가 주요 지지선으로 짚었는데요. 이게 무너지면 1.73달러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봤는데요. 지금 이 아래에서 움직이는 만큼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습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아예 엑스알피가 과거처럼 2달러 부근 박스권에 장기간 머무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데, 결국 뚜렷한 브레이크아웃 전까지는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주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인 코인 중 하나는 바로 월드코인입니다. 오픈AI와 연동 가능성이 거론되며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불과 하루 만에 급락하며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하는 흐름이 나왔는데요.
지난 29일 월드코인은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하루 만에 17% 넘게 하락했습니다. 같은 날 전체 가상자산 시장 평균 하락률이 5%를 밑돌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낙폭이 확연히 컸습니다. 시장 전반이 공포 국면에 들어가 있던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이 충격을 그대로 맞은 셈입니다.
하락의 핵심 원인은 확인되지 않은 재료에 따른 단기 급등과 그에 따른 차익 실현이었습니다. 월드코인은 오픈AI가 생체 인증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퍼지며 이틀 사이 20% 이상 급등했지만, 공식 발표나 구체적인 후속 뉴스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대만으로 앞서 나간 가격이었던 만큼, 매수세가 빠지는 속도도 매우 빨랐습니다.
여기에 토큰 언락 부담도 겹쳤습니다. 최근 약 2000만달러 규모의 월드코인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유통량이 늘었고, 수요가 약해진 상황에서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했습니다. 비트코인 도미넌스가 높은 국면에서 중형 알트코인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점도 낙폭을 키운 요인으로 보입니다.
현재 시장은 월드코인에 대해 "소문이 아니라 확인된 재료를 가져오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0.47달러 선이 핵심 지지선으로 거론되며, 이 구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 변동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당분간은 기대감보다는 실제 사업 진전 여부를 확인하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shlee@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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