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셀프 조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가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는 30일 로저스 대표를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 피의자(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TF가 꾸려진 지 약 한 달 만이자, 로저스 대표에 대한 첫 경찰 조사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53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청사에 도착해 영어로 "쿠팡은 그동안 그래왔듯 한국 정부의 조사에 완벽하게 협조할 것이며, 오늘 경찰 조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짧은 입장을 밝힌 뒤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로저스 대표의 모습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며 감정을 드러냈을 때와 대조적이다. 쿠팡 관련 제재·조사 이슈가 한미 통상 현안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국내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로키(low-key)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로저스 대표는 관련 논란에 있어 정부 조사와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은 쿠팡이 경찰에 알리지 않은 채 관련 피의자를 중국에서 접촉했는지, 노트북을 회수해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경위가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쿠팡은 자체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정보가 약 3000건이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실제로 외부로 빠져나간 정보가 3000만 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쿠팡이 유출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부 증거를 인멸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로저스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자체 조사가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이 이를 공식 부인하면서 위증 혐의도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경찰은 이번 조사를 통역을 통해 진행했다. 로저스 대표는 심야 조사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종료 후 곧바로 출국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경찰은 조사 진척 상황에 따라 추가 소환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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