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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주자의 해석은 천박하다"…성리학 '변방' 日 사상가의 도발

입력 2026-01-30 16:52   수정 2026-01-30 23:44

“주자의 해석은 천박하다고 할 수 있다.(朱子之解,可謂陋已)” 전통 시대 동양 사회에서 유교, 그중에서도 성리학은 오랜 기간 범접할 수 없는 권위를 지녔다. 공자의 ‘말씀’은 물론, 주자의 ‘해석’도 불가침의 존재였다. 그렇게 철옹성 같던 성리학과 주자의 권위는 유교의 ‘본고장’ 중국이나, 성리학을 파고들었던 조선이 아니라 ‘변방’ 일본에서 그 뿌리부터 흔들리는 거센 도전을 맞이했다.

일본 에도시대 사상가인 오규 소라이(荻生?徠·1666~1728· 그림)는 사서(四書) 대신 고대의 유학 경전인 육경(六經)을 종횡으로 활용해 자기주장을 펼치며 주자의 학설에 정면으로 맞선 인물이다. 그는 오랜 기간 유학의 정설로 자리 잡은 송나라 유학자들의 주장을 두고 “도교나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고대로부터 전해져온 선왕(先王)의 도(道)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시경>, <서경>, <역경> 등 <논어> 이전에 간행된 옛 문헌(古文)의 단어(辭)를 분석해 주요 유교 개념의 원래 뜻을 집요하면서도 합리적으로 파고든 그의 학문 방법론은 ‘고문사학(古文辭學)’이라고 불린다. 언어는 역사적으로 변천을 거듭했기에 현재의 어법으로 고전을 이해하면 고전의 진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 취한 연구 방법이다.

소라이의 대표작 <논어징(論語徵)>은 고대 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활용해 <논어>를 상세히 분석하고 주석을 달면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1716년경부터 집필을 시작해 1718년 초고가 완성됐다. 책은 수정과 가필을 거듭했고, 제자들의 원전 대조 작업이 늦어진 탓에 정식 발간은 소라이가 사망하고 10년 뒤인 1737년에야 이뤄졌다.

<논어징>은 송나라 유학자들의 <논어> 해석, 특히 주자의 <논어집주>를 반박하고 가장 오래된 경전인 육경을 기준으로 총 520개 조목에서 <논어>를 샅샅이 뜯어본다. “함부로 헤아리지 않고, 아는 바를 공경히 서술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그냥 놓아둔다. 까닭이 있고, 뜻이 있고, 지적하여 들추어낸 것이 있는 것은 모두 옛말을 근거로 검증했다”며 책 이름을 ‘논어의 원뜻을 밝힌(徵) 것’이라는 뜻의 <논어징>으로 삼았다는 서문에서부터 저자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성리학의 상징과도 같은 주희는 ‘동네북’처럼 책 곳곳에서 난도질당한다. “주자의 주석에서 귀(歸) 자의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식의 점잖은 비평은 드문 편이다. “주자가 <중용>과 <맹자>를 잘못 읽었다”거나 “모두 인(仁)을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말일 뿐”이라는, 조선이나 중국에서라면 경을 쳤을 수준의 직격탄을 책 곳곳에서 퍼붓는다. 소라이에게 주자는 유교를 왜곡한 주범일 뿐이다.

<논어>의 주요 문구도 독자적으로 바라봤다. ‘학이편’의 ‘人不知而不?’을 두고 그는 통설과 달리 “윗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억울해하지 않으니”로 풀이했다. 문장의 주어를 일반 사람으로 본 주자와 달리 현실 정치를 중시했던 소라이는 주어를 ‘남’이 아닌 ‘윗사람’으로 파악했다. ‘온(溫)’도 노여움이 아닌 억울함으로 해석했다.

일본에서라고 주자의 권위가 약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다수 학자가 주자의 언설(言說)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이상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던 것과 달리, 소라이는 남다른 길을 용감하게 걸었다. 그는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동아시아 세계의 보편적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파헤쳤다. 통치 철학으로서의 유학이 교조적 관념론과 도덕론에 치우치지 않고 실증과 실용의 끈을 놓지 않도록 했다. 소라이가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불리는 이유일 것이다.

김동욱 한경매거진&북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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