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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트레이드에 '장기 금리' 상승…금·은 가격도 폭락했다 [Fed워치]

입력 2026-02-01 10:31   수정 2026-02-01 10: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한 가운데 국채금리와 달러, 금·은 거래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워시 전 이사의 통화·금융 정책 성향에 맞춰 재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시 전 이사와 금리 인하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Fed 독립성이 우려했던 것보다 잘 지켜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 투자자들은 워시 전 이사가 과거 매파적 성향을 보인 점도 감안했다.

이에 맞춰 미국 국채 단기 금리는 내려가고 장기 금리는 올랐다. Fed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서 국제 금·은값은 하락했다. 워시 전 이사가 Fed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주장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달러 가치는 떨어졌다.
Fed 독립성 우려 완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워시 전 이사와 기준금리 인하 문제를 직접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후 취재진과 만나, 워시 전 이사가 상원 인준받을 경우 금리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우리는 그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왔고, 나는 그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에게 그런 질문을 하고 싶지 않다. 아마도 부적절할 것”이라며 “허용되는 일일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을 깔끔하고 순수하게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Fed 의장 후보자에게 정책 방향을 사전에 약속받는 것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30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국채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크게 움직이며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베어 스티프닝’ 흐름이 나타났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전장 대비 0.027포인트 하락한 3.52%를 기록했다. 반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0.014포인트 상승한 4.24%로 올라섰다.

이 같은 ‘베어 스티프닝’은 시장이 워시 전 이사를 단순한 금리 인하 지지자로만 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채 시장은 워시 전 이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 속에서 단기적으로는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단기물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워시 전 이사가 인플레이션 관리에 있어 훨씬 엄격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장기 국채에 매도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
대차대조표 정상화 기대에 달러 가치 상승
워시 전 이사가 국채 시장을 흔든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대차대조표 정상화’다. 그는 2011년 Fed 이사직을 사임할 당시에도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2차 양적완화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Fed가 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시장의 가격 기능을 왜곡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시장은 워시 전 이사가 Fed 의장에 취임할 경우, 현재 Fed가 보유한 수조 달러 규모의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해 예상보다 공격적인 양적 긴축(QT)에 나서거나, 만기 도래 채권의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 유통되는 국채 물량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와 장기물 가격을 끌어내리고(금리 상승), 수익률곡선을 더욱 가파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에 달러화 가치는 반등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96.99로 마감해 전장 대비 0.74%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최근 Fed의 독립성 침해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이 불거진 후 달러화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약화하면서 이번 주 들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바 있다.
금·은 급락
은과 금 가격은 이날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화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달러 가치 급등도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은 선물 가격은 이날 31.4% 급락한 트라이온스당 78.5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198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다. 현물은 가격도 28% 하락한 트라이온스당 83.45달러로 장중 저점 부근에서 거래됐다.

금 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물 금은 약 9% 하락한 트라이온스당 4895달러 수준에서 거래됐고, 금 선물은 11.4% 급락한 트라이온스당 4745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워시 전 이사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락세가 시작됐으며, 미국 오후장으로 갈수록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은 매수 부담이 커진 점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 인덱스는 장중 약 0.8% 상승했다.

최근 귀금속 시장에 대거 유입됐던 단기 자금의 청산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은은 레버리지 거래 비중이 높아 급락 과정에서 마진콜이 잇따랐다는 평가다.

금과 은은 2025년 한 해 동안 각각 66%, 135%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이번 급락으로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와 광산주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Fed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 변화와 달러 흐름이 귀금속 가격의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8만 달러 아래로 급락
가상화폐 시가총액 1위 종목인 비트코인 가격은 9개월여 만에 다시 8만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워시 전 이사의 매파적 성향을 우려해서다.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국 동부 시간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비트코인 1개의 가격은 24시간 전과 견줘 약 5% 하락한 7만8309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6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6210.5달러와 비교하면 약 38% 하락한 수치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해 11월 20일 8만 달러선까지 떨어졌다가 반등에 성공해 지난 14일에는 9만8000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후 10만 달러에 이르지 못하고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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