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워시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Fed 의장에 지명되면서 한국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간 금리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약한 비둘기'라는 평가가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 후 한은에 방문해 접견한 적이 있고,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때 Fed 이사로 서울과 부산, 인천 송도 등에 방문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있어 양국 통화정책 공조가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워시 지명자는 Fed 이사 시절엔 매파적 입장을 보였으나 최근 AI 기술 발전, 트럼프 정부의 규제완화 및 세제 정책 등에 따른 구조 변화를 반영하여 Fed의 적극적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1일(현지시간) 온라인 뉴스레터 플랫폼 서브스택에 케빈 워시 지명자에 대해 "매파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는 긴축 통화정책을 주장하고 모든 경기부양 시도에 반대했지만 2024년 11월 이후로는 줄곧 금리 인하를 옹호해왔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Fed의 대차대조표는 축소될 전망이다. 그는 Fed의 양적 완화에 대해서도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였는데, 이 주장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워시 지명자의 성향을 고려할 때 포워드 가이던스와 경제전망의 빈도 및 구체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과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시 지명자는 "경제데이터는 본질적으로 노이즈가 많다"고 보고 있다.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워시 지명자는 Fed가 다양한 이슈에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Fed의 소관 범위가 기후변화와 포용성으로 확대되는 것은 "본연의 임무 밖의 이슈"라고 반대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화하면 한국의 통화정책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기대가 다소 조정된 이후 워시가 실제 금리 인하에 나서면 현재 1.25%포인트인 한미간 금리차이가 더 좁혀지면서 외환시장에 자본 유출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근 높아진 환율에 하락 압력을 주면서 금리 결정에 환율 변수에 대한 우려가 적어질 수 있다. 향후 성장이 크게 악화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다시 대두돼 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 이를 막는 변수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시장과 소통을 꺼리는 그의 성향이 현실화할 경우 데이터 기반 통화정책과 소통 강화를 꾀하고 있는 한은의 최근 흐름이 되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워시 지명자의 성향과 달리 경제전망 빈도를 강화하고 시장의 소통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다양한 사회적 이슈로 분석의 범위를 확대해 '싱크탱크'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워시 지명자가 취임 이후 이런 식의 소통과 이슈 파이팅이 불필요하다고 강조할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면서 한은도 다시 과거처럼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 통화당국과의 공조와 소통은 원활할 수 있다. 워시 지명자가 한국과 인연이 있는 편이어서다. 특히 이창용 한은 총재와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가 IMF 아시아태평양국장 재직 시절부터 미국 현지에서 자주 교류했고 한은 총재가 된 이후에도 미국 출장시 여러번 만났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한은 총재에 취임한 이후 한은에 방문해 접견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말까지로 연임하지 않는다면 5월 취임하는 워시 지명자와 임기가 겹치지 않는다.
워시 지명자는 Fed 이사 시절 아시아 담당으로 서울에서 열린 2010년 G20에 Fed 대표로 각종 회의에 참석한 적도 있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재무차관·중앙은행 부총재급 회의 때 참석했고 부산에서 열린 장관급 회의에서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현재 쿠팡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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