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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도 대치동 전세 살아요?'…세종시, 13년 만에 '초비상'

입력 2026-02-04 10:49   수정 2026-02-04 13:12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전출자보다 전입자가 많던 세종특별자치시의 인구가 지난해 처음 유출됐다.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세종시로 이주해 가정을 꾸렸다가, 자녀가 중고교·대학생이 되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연어 도시’가 된 탓이다. 2040년 인구 78만명의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충남대전특별시 출범으로 인구 절벽을 걱정할 처지에 놓였다.
세종 떠나는 이유 1위 ‘교육’

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세종으로 이주한 사람은 5만4355명, 세종을 빠져나간 사람은 5만4402명으로 47명 순 유출을 기록했다. 인구 유출은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이다. 인구 유출입에 사망자와 출생아를 합한 총인구도 작년 11월 39만2495명을 정점을 찍은 뒤 12월 39만1965명으로 감소했다.

세종시에는 2015년만 해도 5만3044명, 2016~2017년에도 3만 명대 인구가 순유입됐다. 2018년(2만3724명)과 2019년(1만3025명) 차례로 3만 명, 2만 명 선이 무너지더니 2023년 순유입자가 1690명으로 곤두박질쳤고, 지난해 결국 순유출로 전환했다.

원인은 ‘대전 사는 세종 시민’의 급증이다. 지난해 세종을 빠져나간 사람 가운데 가장 많은 2만2000여명이 대전으로 이주했다. 서울로 빠져나간 인구도 1만5000여명에서 경기도와 함께 세 번째로 많았다. 서울로 이주한 세종 시민 상당수가 자녀 교육 때문에 세종의 집을 세 놓고, 강남 지역에 세를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대치동 전세 사는 사람’을 ‘대전 산다’라고 한다”며 “중앙부처 과장급 3분의 1가량은 서울에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거주지를 옮긴 사람은 612만명이었다. 거주지를 옮긴 이유는 주택(33.7%)과 가족(25.9%), 직업(21.4%) 순이었다.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가족의 전근, 또는 본인의 취업을 이유로 이사했다는 뜻이다.



반면 세종시는 전출의 가장 큰 이유가 교육이었다. 교육을 이유로 세종시를 빠져나간 사람이 들어온 사람보다 1만2000명 많았다. 세부 통계에서도 ‘연어 도시’가 되어버린 세종의 인구 유출입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만 해도 30대와 40대 초반의 부모와 이들의 14세 이하 자녀가 각각 1만9062명, 1만3492명 세종으로 유입됐다.

10년이 지난 2025년, 입시를 준비하는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된 15~24세 인구 1002명이 순유출됐다. 이들의 보호자 나이대인 40대와 50대 초반도 696명 순 감소했다. 세종시의 15~24세 연령층은 2023년부터 순 유출로 전환했다.

2022년까지는 60대 이상 고령자가 세종으로 순유입됐지만, 최근에는 고령층도 세종을 빠져나가고 있다. 자녀 교육을 위해 서울이나 대전으로 빠져나갔다가 교육을 마치면 집이 있는 세종으로 회귀하던 흐름이 끊긴 탓으로 분석된다. 80대 이상 인구도 지난해 2025년 처음 순 유출로 돌아섰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한 영향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전·광주특별시 출범에 떠는 세종


지난해 세종으로 이주한 사람은 대전(2만3000여 명)과 경기(1만6000여 명), 충남(1만4000여 명) 순으로 충청권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전·충청 지역이 세종시 인구공급 기지에서 세종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충남대전특별시가 출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합 특별시에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데다 대전특별시도 영재고 국제고 특수목적고 설립 권한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 최고의 육아 환경에 이끌려 세종을 향했던 충청권 주민들이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남광주특별시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문화체육관광부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계속되고 있어 세종시는 인구 감소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자 세종시 상권도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2025년 세종시 집합상가 투자수익률은 -0.89%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집합상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3년 통계 집계 이후 모든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처음이다. 지난해 전국 평균 수익률은 4.28%였다. 투자수익률은 임대료 수입과 상가 부동산 가치 상승률의 합이다.

2025년 세종시 집합상가 임대료(㎡당)는 1만8200원으로 1년 전보다 4.24% 감소했다. 전국 평균(-0.55%)보다 8배 가까이 감소 폭이 컸다. 2014년 1분기만 해도 세종시의 임대료는 4만700원으로 서울(4만9600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지만, 지금은 특별시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다. 상권의 고사가 수년째 진행되는데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영효/남정민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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