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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모르겠고, 일단 시원해야 산다"…실버세대 지갑 연 '단순함' [현장+]

입력 2026-02-01 19:20   수정 2026-02-01 19:21

"자, 일단 올라가 보세요. 설명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경험해보는 게 빠릅니다."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0회 서울 건강산업 박람회'. 직원의 권유가 끝나기 무섭게 관람객들이 기기 위에 올라섰다. 다른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발을 기기에 올려두고 눈을 감고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설명서를 읽기보다 직접 기기를 작동해보는 중장년층 관람객들로 붐볐다.

부스마다 내건 홍보 문구도 단순했다. 'AI 알고리즘', '빅데이터' 같은 기술 용어 대신 '식약처 인증', '관절염 치료', '정부 조달' 같은 표현이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중장년층 관람객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계가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었다. 관심사는 오직 하나, '얼마나 쉽고 확실하게 몸이 달라지느냐'였다.
◆ '복잡한 것 싫다'는 중장년층업체들 "일단 한번 당겨봐"
현장에서 만난 중장년층은 의료·건강기기의 '기능 과잉'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함영순(63) 씨는 "작년에 AI 기능이 들어갔다는 기기를 샀지만 뭘 눌러야 할지도 모르겠고 설명서 글씨도 작아 결국 안 쓰게 됐다"며 "올해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시원해지는 기계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박장수(67) 씨도 "기능이 많아도 결국 이해가 안 되면 안 쓰게 된다"며 "나이가 들수록 조작이 단순하고 바로 효과가 느껴지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복잡한 설명은 이들에게 오히려 부담이었다. 업체들은 기술 설명 대신 체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척추·골반 운동기기를 선보인 '라반 슬라힙' 부스에서는 관람객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기기에 올라가 다리를 모으는 동작을 반복했다. 업체 관계자는 "눈으로 보는 것과 직접 근육 자극을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체험하는 순간 필요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람회장에서는 젊은 층보다 중장년층이 더 적극적으로 신발을 벗고 기기에 오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트풋' 관계자 역시 "아무리 혈액순환 원리를 설명해도 소용없다. 그냥 앉혀드리고 10분 뒤에 다리가 가벼워지는 걸 느끼게 해드리는 게 가장 확실한 설득"이라고 강조했다.
◆ 깐깐한 실버테크... "가격 검색 다 해보고 산다"
다만 단순함이 곧 충동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중장년층은 조작은 쉬워도 효능과 가격은 꼼꼼히 따졌다. 이용진(75)씨는 "남은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려 투자하는 건 아깝지 않다"면서도 "품질 대비 가격이 맞는지, 제대로 된 제품인지 따져본 뒤 산다"고 말했다. 박진숙(69) 씨 또한 "가격도 중요하지만, 내 몸에 쓰는 것이니만큼 식약처 인증이나 정부 인증 여부를 확인한다"며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들이 구매 직전까지 가격 비교와 성능 확인을 거친다고 입을 모았다. 경추 견인 의료기기 '닥터피지오'를 판매하고 있던 부스 관계자는 "고객분들이 인증 자료도 꼼꼼히 보시지만, 구매 직전에는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 최저가를 검색하신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마치 약을 살 때 함량을 따지듯, 무조건 싸다고 사는 게 아니라 성능 대비 가격이 합당한지, 내게 확실한 '메리트'가 있는지를 따져본 뒤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중장년층의 소비 기준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트풋' 관계자는 "요즘 어르신들은 아픈 곳을 고치는 기기보다 운동을 대신할 수 있는 예방 기기를 찾는다"며 "직접 체험해 효과를 확인하고 충분히 질문한 뒤에야 구매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기능보다는 사용이 쉽고 즉각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기기가 선호되는 분위기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실버테크 시장에서도 기술 자체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변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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