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대학 간 ‘인재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대학의 경쟁 상대는 해외 유수의 대학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파격적인 연봉을 앞세워 주요 석학까지 영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균관대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대학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애플·구글·테슬라 출신 ‘현장형 공학 인재’부터 세계 상위 1% 연구자(HCR·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된 글로벌 석학까지 잇달아 영입에 성공하면서다.
인재 영입의 결과는 연구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해 INUE·한국경제 대학평가에서 서울대에 이어 2위(사립대 1위)를 차지했다. 성균관대의 교원 1인당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은 1.09편으로 서울대와 KAIST를 제치고 만점을 받았다. 최근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을 만나 대학 경쟁력을 끌어올린 비결을 들어봤다.
▷ 공격적 인재 영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장점은 속도와 유연성입니다. 각 학과에서 교원 선발을 위한 후보를 올리면, 본부에서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과정이 ‘속도전’입니다. 한 달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어떨 땐 면접 당일에 채용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든 대학이 탐내는 인재들이기 때문이죠.”
▷지원도 파격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인건비 지원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대신 연구 인프라 투자에서 유연성을 발휘합니다. ‘위시리스트’를 받고 어떤 장비가 필요하다고 할 때 대학 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수억원짜리 장비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합니다. 우수 연구자는 장비 지원, 정착지원금 등 10억원 이상의 지원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최근 가장 공들여 영입한 분은요.
“세계 상위 1% 연구자(HCR)로 선정된 밀롯 미르디타 의학과 교수를 올해 초 영입했습니다. 애플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산업 현장을 누빈 ‘현장형 공학 인재’, 코넬대, 칭화대 등에서 이미 테뉴어를 받았던 중견급 석학 등 영입 층위도 다양합니다. 바이오·AI·반도체 등 첨단 분야 차세대 리더들도 성균관대에 모이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종신석좌교수제도 도입했습니다.
“2024년 박남규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가 ‘국내 1호 종신교수’가 됐습니다. 요즘은 좋은 교수님들을 모셔 와도 지키는 것이 큰 숙제입니다. 지난 연말에는 조교수, 부교수 중 세계적 연구자로 발전할 수 있는 교원 17명을 라이징 펠로우십 교수로 선정했습니다. 이들은 2년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게 됩니다.”
▷강의 혁신도 진행 중입니다.
“임용 첫해에는 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의 시수를 대폭 경감해줍니다. 대신 첫 1~2년은 AI와 결합한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과목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했다고 치는 겁니다. ‘AI로 배우는 양자전자물리’, ‘분자세포리프로그래밍’ 등의 과목이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삼성그룹과의 시너지는 어떻습니까.
“THE 세계대학평가 순위가 87위라고 할 때는 ‘아 그렇구나’ 하는데, 삼성그룹과의 관계를 설명하면 눈빛부터 달라집니다. 삼성이라는 브랜드파워가 국제무대에서 매우 큰 자산입니다.”
▷연구 생태계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삼성병원은 암 치료 분야 세계 3위고, 성균관대는 의대와 약대는 물론 생명과학 등 기초 연구가 가능합니다. 삼성그룹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있습니다. 질병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 제약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드는 대규모 융합 연구까지 가능한 겁니다.”
▷실리콘밸리에선 ‘대학 무용론’이 나옵니다.
“아픈 얘기입니다. ‘학위를 위한 대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뜻일 텐데요.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대학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학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윤리적·사회적 맥락을 분석하는 ‘비판적 지성’을 기르는 것이 대학의 역할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중시하는 인적 네트워크와 협업 역량도 캠퍼스라는 ‘공동체적 공간’에서 만들어지죠.”
▷변화해야 할 부분은요.
“대학은 학문 간 융합의 용광로가 돼야 합니다. 기초 과학과 인문학, 예술을 융합해 ‘파괴적 혁신’의 씨앗을 만들죠. 이처럼 대학은 ‘지식 저장 창고’에서 ‘가치 창출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한국 대학의 현실은 어떤가요.
“AI의 발전으로 대학 교육은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데, 입시 제도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하나의 잣대로 줄 세우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정시 40% 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정성을 이유로 서울 주요 대학이 모집인원의 40% 이상을 정시모집으로 선발하도록 한 것은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점수를 받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AI 시대 인재상과도 맞지 않는군요.
“객관식 문제 풀이 훈련에만 집중한 학생이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미래 인재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학의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매년 3500명의 신입생이 입학해, 졸업할 때는 3500개의 서로 다른 질문과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패에도 투자하겠다’는 우리 대학의 교육 철학이 그 기반이 됩니다. 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도전적 태도, 융합적 사고 능력을 중시하는 이유입니다.”
▷성균관대는 어떤 역할을 할 계획입니까.
“628년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인문학적 성찰과 첨단 기술을 결합해 ‘기업가 정신’과 ‘공동체 의식’을 가진 인재를 길러낼 겁니다.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으로요.”
고재연/이미경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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