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기업들은 1~3월 회사채를 집중 발행해왔다. 연초에는 퇴직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유입되며 금리가 안정되고 채권 거래도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 수와 발행 규모 모두 감소했다.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기업은 1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곳보다 10곳 줄었다.
일단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사라지면서 상승하고 있는 채권 금리가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30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138%로 3개월 새 0.6%포인트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에 가산되는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도 기존 0.04%포인트에서 0.05~0.057%포인트로 확대됐다.
채권 시장을 빠져나가 증시로 향하는 자금 흐름은 회사채 매수세를 줄이는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국내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5조4100억원이 유입됐다. 반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15조4623억원이 유출됐다.
문제는 회사채 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정책 요인으로 은행채와 특수채(공기업 채권) 발행 규모가 확대되며 채권 수요를 흡수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은행채 및 특수채 발행액은 총 27조6414억원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150조원에 이르는 국민성장펀드에 출자하기로 한 5대 은행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앞다퉈 채권 발행 물량을 늘린 영향이다.
예금이 증시로 빠져나간 은행들은 앞으로도 은행채 발행을 늘릴 전망이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2조3494억원으로 한 달간 6조9368억원 줄었다.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인 요구불예금도 38조9222억원 급감해 641조2762억원을 나타냈다.
한 회사채 발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 물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년 만기 기준 스프레드가 연초 대비 0.1%포인트 이상 벌어졌다”며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개인을 상대로 한 대출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시장 동향을 감안해 지난달 20조원으로 계획했던 국고채 발행 물량을 18조원 수준으로 줄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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