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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은 AI시대 완성할 황금나사"…지난달 수출 12.6조 사상 최대

입력 2026-02-01 17:50   수정 2026-02-02 01:15

D램 수출 단가가 한 달 새 60% 가까이 급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공지능(AI)산업을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공급 부족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D램 수출 단가는 ㎏당 평균 2만8057달러(잠정치)로 나타났다. 작년 1월(1만2013달러) 대비 133.6% 뛴 수치다. 작년 12월 평균 단가(1만7668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에 58.8% 상승했다.

D램 공급 부족 심화로 전자제품 생산 전반에 병목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I 연산용 맞춤형 반도체(ASIC) 이용 확산, 설비 등 생산 역량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배분 등이 맞물리며 고객사들의 제품 수령 시점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수출이 호황을 맞으며 지난달 수출은 급증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월 수출은 658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33.9% 늘었다.


D램 수출가격 한달새 60% 급등…반도체 호조에 1월 수출 34%↑
메모리 슈퍼사이클 본격화
“D램이 황금나사(golden screw)로 떠올랐다.”

미국 에버코어ISI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 품귀 현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수백 개 부품 가운데 단 하나를 구하지 못해 자재명세서(BOM)를 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 같은 위기감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수출 단가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D램·낸드 수출 ‘최대 행진’
1일 대체 데이터 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D램 잠정 수출 금액은 86억6733만달러(약 12조6000억원)다. 월간으로 사상 최대 금액이다. 작년 1월 대비 증가율은 166.6%로,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를 기록했다.

수출액 급증의 핵심 배경은 판매가격 급등이다. 지난달 D램 수출 총중량은 30만8918㎏으로 1년 전(27만621㎏)과 비교해 10% 남짓 늘었는데, 같은 기간 ㎏당 단가가 133.6% 치솟으며 전체 수출액 급증을 이끌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사용자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 확산으로 폭발적인 컴퓨팅 수요가 발생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최근 메모리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준덕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도 지난달 29일 콘퍼런스콜에서 “서버 D램을 중심으로 타이트한 재고 추세가 지속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 수준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연산’에서 ‘데이터 저장’으로 확산하면서 낸드플래시 수출은 더욱 극적으로 증가했다. 낸드 수출 금액은 지난달 14억3496만달러로 1년 전보다 366.2% 불어났다. 집계 이후 역대 가장 빠른 증가 속도다. 낸드 수출 단가는 지난달 ㎏당 3만2929달러로 1년 만에 202.9% 급등했다.

국내외 증권사는 치솟는 D램과 낸드 가격을 반영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전망 보고서를 연이어 고쳐 썼다. 미국 JP모간은 두 회사가 실적 콘퍼런스콜을 연 지난달 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D램과 낸드의 평균 판매 단가가 올해 각각 78%, 76% 상승하고 이런 추세가 2027~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4만원(기존 20만원), SK하이닉스는 125만원(100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같은 날 CLSA도 목표주가를 각각 26만원, 125만원으로 18% 상향 조정했다.
◇“공급망 위험으로 확대 가능성”
“메모리 가격의 급등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이렇게 말하며 원가 급등에 우려를 내비쳤다.

월가에선 애플과 같은 메모리 고객사가 주문 후 제품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리드타임’ 장기화에 주목하고 있다. 에버코어ISI는 이달 중순까지 4주일간 진행하는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망 관리자 조사를 토대로 “많은 D램 고객사가 리드타임 지연에도 불구하고 물량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자신감에 안전(여유) 재고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발생한 ‘황금나사 사태’가 D램을 중심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마크 리패시스 에버코어ISI 연구원은 “리드타임 연장이 D램을 넘어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MOSFET), 커패시터(축전기) 등으로 확산하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의 과도한 상승이 PC 제조업체 등 전방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가 최소 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8.1% 성장한 PC 시장도 올해는 최소 4.9% 뒷걸음질 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노트북·PC 생산업체 컴팔의 앤서니 보나데로 CEO는 “그동안 거의 보지 못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확인되고 있다”며 “올해 내내 PC와 노트북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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