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미국 경제는 소비를 지탱하기에 충분하고, 기업 수익성도 긍정적인 ‘골디락스’ 환경입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클리어브릿지의 제프 슐츠 거시·시장 전략 총괄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슐츠는 “미국 노동시장이 일시적인 ‘소프트 패치’ 구간에 있다”면서도 1500억달러 세금 환급과 저소득층의 실질임금 상승으로 견조한 소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 투자의 버블 우려와 관련해선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일부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일시적인 연약(soft patch) 구간에 있습니다. 신규 고용 창출이 둔화했고, 고용이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주로 레저·접객업과 헬스케어 부문에서만 고용이 늘고 있습니다. 향후 고용 증가 폭은 월 5만~7만5000 명 수준으로 예상하며, 이는 과거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다만 소비를 지탱하기에는 충분하고, 동시에 기업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골디락스’ 환경이라고 판단합니다.”
클리어브릿지는 미국 주식 액티브 운용에 강점을 가진 프랭클린템플턴 산하 자산운용사다. 제프 슐츠 거시·시장 전략 총괄하고 있다.
그가 개발한 AOR(Areas of Resilience) 대시보드는 노동시장·소비·금융 여건·기업이익 등 핵심 지표를 통해 미국 경제의 회복력과 경기 국면을 진단하는 분석 도구다. 슐츠는 이 지표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 흐름을 섹터별로 파악하고 고객들에게 전달한다.
▶ AOR 대시보드로 잘 알려져 계십니다. 가장 주의 깊게 보고 계신 지표는 무엇인가요.
“ 임금 상승률입니다. 과거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질수록 임금 상승률이 높아졌고, 이는 임금 주도의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으로 이어지며 결국 경기 침체를 초래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이클에서는 전혀 다릅니다. 최근 2~3년간 임금 상승률은 오히려 완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Fed가 2024년 9월 이후 총 175bp에 달하는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입니다. 또한 시장이 2026년에도 추가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에 없던 현상입니다. 경기 확장이 지속되면서 위험자산 및 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
▶ 최근 미국 소비자 심리는 다소 약해 보이지만, 실제 소비 여력은 여전히 견조합니다.
“이러한 흐름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소비는 이른바 ‘K자형 소비’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2026년에는 보다 균등한 소비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규모 재정 법안에 따른 재정 부양책 가운데 약 절반, 금액으로는 약 1500억 달러가 세금 환급 확대와 원천징수 조정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유입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저·중소득층의 실질 급여가 4~7%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질 구매력이 전 계층에서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시장 강세에 따른 자산 효과가 고소득층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현재의 소비 흐름이 K자형 경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보다는 오히려 완화되는 방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든 소득 계층을 살펴보면 2019년 말 이후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 임금 상승 폭이 가장 큽니다. 지난 5년간 저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을 약 17% 웃돌았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 사실입니다. 2026년에는 소비가 보다 균등해질 가능성이 크며, 그동안 저·중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이 겪었던 어려움도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일부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노동시장은 일시적인 연약(soft patch) 구간에 있습니다. 신규 고용 창출이 둔화했고, 고용이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습니다. 주로 레저·접객업과 헬스케어 부문에서만 고용이 늘고 있습니다. 향후 고용 증가 폭은 월 5만~7만5000 명 수준으로 예상하며, 이는 과거에 비해 낮은 수치입니다. 다만 소비를 지탱하기에는 충분하고, 동시에 기업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골디락스’ 환경이라고 판단합니다.”
▶골디락스 환경이라면 Fed 통화정책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이는 2001년 경기 침체 이후의 ‘고용 없는 회복’ 국면과 유사합니다. 당시 기업들은 기술 혁신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 더 높은 생산성을 달성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향후 12~24개월 동안 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저희 AOR 대시보드에서 가장 중요한 선행지표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노동시장은 최소한 안정적인 상태라고 평가합니다.”
▶Fed 독립성 우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주목해야 할 사안 중 하나는 Fed 이사 관련 대법원 심리입니다. 만약 이 사안이 Fed 이사의 투표권에 영향을 미친다면, 장기적으로 Fed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신임 Fed 의장이 취임한다 해도 기존 FOMC 위원 구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시장이 기대하는 것만큼 빠르고 큰 폭의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2026년에 두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시점은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큽니다. Fed 독립성 이슈가 단기적으로 미 국채 금리를 크게 움직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가 다시 금융시장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올해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견조한 성장과 AI를 중심으로 한 생산성 상승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재정적자 규모 역시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세 정책과 관련한 법적 판단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행정부는 대체 수단을 통해 재정 수입을 보완할 여지가 있습니다. 구조적인 재정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합니다.”
▶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강세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습니다. 지난 10개월간 시장은 상당한 상승을 기록했지만, 실제로 대규모 관세 정책이 본격 시행된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은 이미 관세 환경에 적응했고, 비용 전가 및 공급망 조정 등 대응 전략도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관세 위협이 등장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봅니다.”
▶ 투자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AI 관련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점은 AI 투자 규모가 지속해서 과소 평가돼 왔다는 사실입니다. 주요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AI 투자 전망은 당초 예상보다 두 배 이상 확대됐습니다. 생성형 AI가 현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며, 과거 기술 혁신 사이클을 감안하면 2~3.5%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이번 투자 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현금흐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볼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 한국 투자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섹터와 피해야 할 섹터는 무엇입니까.
“현재는 경기민감주를 선호합니다. 금융, 특히 은행주는 대출 증가와 인수합병(M&A) 확대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주 가운데서도 일부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산업재는 AI를 넘어선 설비투자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며, 소비재 역시 소비 여건 개선으로 긍정적입니다. 반면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 같은 방어 주는 상대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팬데믹 이후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크게 늘었습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뉴욕 증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을까요.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 미 국채 금리 상승, 달러 약세, 주가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셀 아메리카’ 거래가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글로벌 자금은 다시 미국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조정 국면이 나타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올해도 ‘미국 예외주의’가 지속될 것으로 보십니까.
“2026년은 미국과 비미국 시장의 성과가 보다 균형을 이루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미국 시장도 올해 초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투자 대상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미국과 비미국 주식 모두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 초반의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10~15년간 지속됐던 미국의 일방적인 성과 우위보다는 보다 균형 잡힌 환경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확대가 원·달러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달러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Fed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노동시장과 물가가 여전히 Fed를 신중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둔화가 분명해지고 Fed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다면, 달러는 점진적으로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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