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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장은 못 믿어'…개미들 10조 넘게 쓸어담은 게

입력 2026-02-02 16:51   수정 2026-02-03 00:59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해부터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이 미국 주식을 10조원어치 넘게 쓸어 담았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해외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내놨지만 구글, 테슬라 등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에 꽂힌 서학개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 제미나이에 반한 서학개미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72억8698만달러(약 10조6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달보다 매수 규모가 세 배 넘게 늘어났다.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08억7034만달러(약 249조6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1~12월 1600억달러에 머물며 주춤해졌지만 새해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5000을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80원대까지 올라도 해외 투자 열기는 더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혁신을 거듭하는 미국 기술주에 대한 믿음과 국내 주식시장을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이 해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도 많다”고 말했다.

최근 서학개미의 ‘톱픽’으로 떠오른 종목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7억7540만달러(약 1조13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액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서학개미는 최근 3개월간 알파벳 주식을 약 20억달러어치 쓸어 담았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내놓은 차세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3’로 미국 뉴욕증시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주가가 두 배 폭등했고, 지난달 12일엔 시가총액 4조달러(약 5800조원)를 돌파하며 ‘4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알파벳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로널드 조시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구글 클라우드 호조에 힘입어 온라인 광고가 늘어나고 있어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원·달러 환율 요동은 변수
로보(무인)택시로 주목받고 있는 테슬라에도 서학개미의 투자가 몰렸다. 테슬라 순매수 금액은 5억4049만달러로 2위였다. 3위 종목은 반도체 랠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3억4207만달러)였다. 알파벳, 테슬라, 마이크론 주가는 모두 올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밖에 S&P500지수에 투자하는 ‘뱅가드 SP500 상장지수펀드(ETF)’(3억3437만달러)와 은에 투자하는 ‘아이셰어 실버 트러스트 ETF’(2억2876만달러) 등도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금융당국이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로 돌아오면 세제 혜택을 주는 국내 시장 복귀 계좌(RIA)를 이달 출시할 예정인 만큼 미국 주식 매수 흐름이 바뀔지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인도네시아에서 자본 환류 정책을 실시했을 때 전체 해외 자산의 12%가 국내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 1420원대까지 내려가며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Fed) 차기 의장으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자 다시 1460원대로 치솟았다.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 주가 상승분에 더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주식 투자가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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