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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패권 전쟁 시대, 형법 개정 필요하다

입력 2026-02-02 16:54   수정 2026-02-03 00:11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제정된 우리 형법은 70여 년 동안 전면적 개정 없이 부분적 손질에 그쳐 왔다. 새로운 범죄에 대한 처벌은 각종 형사특별법의 양산이라는 우회로로 형사법 체계에 반영되어 왔다.

경제 안보 법제도 마찬가지다. 2026년 현재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등 국가의 명운이 걸린 핵심 기술을 둘러싸고 주요 국가의 냉혹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 국가기밀을 보호하는 우리 경제 안보 법제는 여전히 1953년 냉전 시대의 형법 제98조 간첩죄 규정에 머물러 있다.

형법 제98조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적국이 아닌 다른 경쟁 국가의 이익을 위해 국가기밀에 대한 간첩 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형법상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밀보호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특별법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밀이 공식적으로 ‘군사기밀’로 분류되지 않은 경우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 ‘기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외교 전략 등 주요 국가기밀의 누설 역시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 민간인의 경우 군형법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할 수도 없다. 검찰 재직 시 다양한 형태의 안보위해사범 수사를 하면서 입법상 공백으로 인한 한계를 절감했다.

주요국은 이미 경제 안보를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미국은 연방 형법으로 국방정보가 외국에 이익이 되거나 미국에 해가 될 것을 알면서 유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한다. 영국 역시 2023년 국가안보법을 제정해 외국 세력을 위한 모든 유해 행위를 포괄 규제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일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하여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 누설, 전달, 중개하거나 이를 방조한 자’를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을 간첩죄 조항에 추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국가 존립과 국민 안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정치권의 셈법이나 다른 쟁점 법안들과의 연계 등 정치 논리를 이유로 미룰 수 있는 성질의 법안이 아니다. 물론 ‘국가기밀’의 개념은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라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 간첩죄의 남용 및 인권침해 우려를 막기 위해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의 미래 먹거리와 직결된 첨단 핵심 기술들이 국경을 넘어가고 있을지 모른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국가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공격적으로 첩보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허술한 입법 체계를 틈타 유출된 핵심 정보들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 경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시대적 과제인 이번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신속히 의결해 치열한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에 필수적인 선진 안보형사법 체계를 갖추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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