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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보험공사, 옛 대우조선 발주처 보증 850억 떼여

입력 2026-02-03 16:54   수정 2026-02-03 17:20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이 과거 미국 해양시추기업에 대한 담보를 충분한 검토 없이 해제해 주면서 5900만달러(850억여원) 손실을 봤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은 기업명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2010년대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드릴쉽 등을 발주한 씨드릴(Seadrill)에 대한 담보권으로 파악된다.

감사원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무역보험공사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3년 미국 A석유시추회사는 한국 조선사에 발주한 심해 시추선 3척의 계약 대금을 수출입은행에서 3억4000만달러,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한 다른 상업은행에서 3억4000만달러 씩 각각 대출 받아 지불했다.

대주단은 당시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해야 대출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달고, 선박 3척의 소유권·용선료(임대료)를 공동담보로 설정했다. 선박금융은 보통 선박 인수 후 임대료로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로 대출 만기까지 담보 유지가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해 A사는 선박 한 척의 장기용선계약 체결이 지연되자 단기용선계약 및 장기계약 의향서를 제시하며 대출금 1억1000만 달러 인출을 요청했고, 대주단은 이를 승인했다.

이듬해에는 A사가 대출금 조기 상환을 조건으로 일부 선박의 소유권 공동담보 해제를 요청하자 채무 기업의 지급보증만 믿고 승인했다. 하지만 장기계약 불발과 유가 하락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A사가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고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은 2023년 5900만 달러 손실을 확정했다. 감사원은 "초국적 기업의 신용만 믿고 담보 유지 등 리스크 관리에 소홀하다 손실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밸라리스는 2010년대 초반 심해 시추 시장을 선점하고자 드릴쉽과 반잠수시추선 등을 35척이나 발주했다. 당시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100달러로 고공행진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중국 경기 부진 등이 겹치면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 초반까지(WTI 기준) 폭락했다. 여기에 미국 셰일가스 개발이 본격화하자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증산 '치킨게임'까지 감행하며 저유가는 상당 기간 지속됐다.

감사원은 이와 별개로 무역보험공사의 최근 5년간 수출신용보증 평균 손해율이 579%로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기관과 신용정보를 공유하라는 국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보증을 거절한 건을 인수하면서 398개 기업을 대신해 총 1349억원을 갚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이밖에 무역보험공사는 보증 거절 사유인 임금체불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임금을 제 때 주지 못할 정도로 부실화된 기업에 보증을 서 15개 기업에서 59억원 상당의 보증 사고가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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