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석유 시장에서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석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의 석유 통제권을 확보한 데 이어 2일(현지시간) 인도로부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인공지능(AI) 등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에너지 패권 전쟁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에서 훨씬 더 많이 (원유를) 사기로 미국과 동의했다”며 “이는 매주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대신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을 50%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인도에 상호관세 25% 외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로 25% 관세를 추가 부과해 왔다.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산유국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아 판매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원유의 35~40%를 소화하는 인도가 이탈하며 러시아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드릴, 베이비, 드릴’(더 많이 시추하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기 위한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뒤 미국 기업이 베네수엘라 석유 생산시설 재건에 참여하고, 생산된 석유의 통제권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가 쿠바에 석유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에너지 통제권을 무기로 서반구 장악력을 높인 것이다. 이란에도 원유 수출 등을 제한하는 동시에 공격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눈 것이다. 중국은 서방이 제재하는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다. 제재로 제값을 받기 어려운 에너지를 싸게 사서 생산단가를 낮추는 데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시장 재편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쟁자를 누르고 세계 정치·경제 리더십을 확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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