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크업계의 최대 화두인 AI 코딩을 기자가 직접 해본 소감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AI가 등장한 이후 가장 빠르게 대체되고 있는 업무 중 하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는 2022년 대비 20%가량 줄었다. 스탠퍼드대 등 명문 컴퓨터과학(CS) 전공자들도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AI 코딩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인지,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8년차 비(非)개발자 직장인이 도전해봤다.

도전을 위해 선택한 AI 개발 도구는 클로드 코드였다. AI기업 앤스로픽이 지난해 7월 출시한 클로드 코드는 최근 개발자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3일 클로드 코드와 오픈AI의 AI 코딩 도구 '코덱스'의 하루 다운로드 횟수는 약 1만8000회로 비슷했지만 지난 1일 클로드 코드가 약 3만5500회, 코덱스가 약 2만 회로 1.5배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개발자 사이에서는 챗GPT가 상용화된 시기에 빗대 "클로드 모먼트가 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클로드 코드를 처음 설치하기는 쉽지 않았다. 다른 소프트웨어처럼 다운로드 버튼을 누르거나, 웹에서 바로 작동하는 형식이 아니라 개발자용 작업창인 '터미널'에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AI 챗봇의 도움을 받아 터미널에 명령어를 붙여넣자 클로드 코드가 설치됐다.

클로드 코드에 접속하자 픽셀로 된 게 모양 캐릭터가 반겨줬다. 검은 바탕으로 된 화면은 20세기 말 쓰이던 텍스트 기반 운영체제(OS) 'MS-DOS'를 떠올리게 했다. 차이점은 AI 에이전트가 내장돼 있다는 것이다. 난해한 명령어를 입력하는 대신 사람에게 말하듯 채팅하면 클로드 코드는 컴퓨터 내에 프로그램을 수정·작업까지 해준다.
가장 처음으로 클로드 코드에게 건넨 말은 "동영상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였다. 화상이나 대면 인터뷰 영상을 찍고 기사화하는 업무를 단순화하기로 했다. 그러자 클로드 코드는 어떤 음성 인식 방법과 인터페이스, 추출 언어를 선택할지 질문했다. 음성 인식을 위해서는 구글, 오픈AI, 일레븐랩스 등이 갖고 있는 음성 인식용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내려받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API는 개발자가 이미 만들어진 데이터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통로의 일종이다. API를 통해 날짜 정보·주가·지도·결제 등 데이터 등을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내 프로그램에 연동할 수 있게 된다.
클로드 코드에게 물어 오픈AI 웹사이트에서 API 키(비밀번호)를 가져오자, 클로드 코드가 프로그램을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멀티미디어용 프레임워크인 FFMPEG, 개발 프로그램인 파이선 등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클로드 코드에게 맡길 수 있었다.

클로드 코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에게 '수정 작업을 위임할지', 혹은 '사용자가 수동으로 수정 명령을 내릴지' 선택권을 줬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 방법을 알 턱이 없는 비개발자로서는 수동으로 수정을 명령할 이유가 없었다. 제작 과정을 클로드 코드에게 위임하자 약 10분간 스스로 코딩에 들어갔다.
이후 몇 번의 오류가 발생해 다시 명령을 내리며 클로드 코드와 씨름한 끝에 약 30분 만에 프로그램을 완성시키는 데 성공했다. 50분짜리 동영상 파일을 입력한 결과, 인터뷰 텍스트 원문을 추출해내는 데 성공했다. 텍스트는 돈을 주고 구독해야 하는 시중의 STT(Speech-to-Text) 소프트웨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정리됐다. 설치부터 소프트웨어 완성까지는 약 1시간이 걸렸다.
클로드 코드를 사용하며 가장 놀라웠던 점은 터미널에서 코드를 본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총 1122줄의 코드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제작과 수정 과정을 클로드 코드에 일임한 결과 자세한 제작 과정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프로그램이 완성돼 있었다.

클로드 코드 설치 및 개발이 막막하다면 훨씬 쉬운 방법도 있다. 비개발자용으로 출시된 바이브코딩 앱 '러버블'이다. 스웨덴 개발자들이 만든 러버블은 설치 과정도 필요 없이 웹 상에서 바로 작동한다. 자연어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생성된 프로그램을 곧바로 보여준다. 다만 클로드 프로(월 20달러)를 구독하면 사실상 무료인 클로드 코드와 달리 월 25달러를 내고 일정량의 크레디트만 쓸 수 있다.
급변하는 AI 코딩 시장을 개발자 시각에서 들어보기 위해 사이오닉AI의 박진형 엔지니어와 3일 인터뷰했다. 사이오닉AI는 기업용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박 엔지니어는 지난해 클로드 코드 토큰 15억 개(약 5억원어치)를 사용해 세계에서 클로드 코드로 가장 많은 양의 코드를 짠 엔지니어로 유명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15억개 토큰을 어떻게 썼나
"여러 개의 AI 모델을 주로 활용했다. 챗GPT, 제미나이 등 각 모델의 장점이 있다. 또 하나의 모델이 작업 결과를 검토하기보다는 3~4개의 모델이 하는 것이 훨씬 신뢰도가 높다. 클로드 코드에게 하나의 일을 맡기고 대화하기보다는 여러 모델들에게 일을 맡기다 보니 코드 사용량이 3~4배 늘었다"
▶AI 코딩이 개발 방식도 바꾸고 있나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개발자 중에는 2003년생에서 2006년생(19~22세)도 있다. 나는 내 손으로 코딩을 해서 돈을 벌어 본 사람이지만, 이 친구들은 AI가 등장한 이후로 개발을 시작했다. 이런 친구들은 코드를 보고 작업을 하지 않는다. AI나 기계에게 물어보고, AI가 출력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경우들이 많다.
▶컴퓨터 문법을 몰라도 코딩이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 AI 네이티브 세대는 내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심이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AI 자체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 보니 이런 비판도 무색하게 느껴진다."
▶개발자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이제는 의사소통과 기술 조율에 가까운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엔지니어들이 실질적으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데 시간을 쓰진 않는다. 식당으로 치면 예전에는 개발자가 요리를 직접 하는 요리사라면, 이제는 기계에 10가지 요리를 먹여보고 내놓는 요리를 사람들에게 가져다주는 사람이 됐다. 개발자의 일은 이 요리의 재료값 등이 얼마인지 검토해서 상품성을 찾는 데 가깝게 됐다."
▶AI 코딩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은 AI가 잘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까지는 하기 어려울 거야' '이거 때문에 AI는 못할 거야'. 그런 지적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AI가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 안돼서가 아니라 맥락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런 태생적인 한계는 사람이 잘 도와줘야 한다. 사람이 잘 보조하기만 한다면 AI는 정말 강력한 도구일 수밖에 없고, AI랑 뭔가를 한다면 '못할 것 없다'고 보고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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