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주택 층간 소음 문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가운데, 강남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이른바 '층간 소음 보상비' 기준을 제시했다는 내용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층간 소음 피해를 본 아랫집에 윗집이 일정 금액을 지급해 분쟁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근 '강남 일부 아파트의 층간 소음 대처법'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 속 공지문은 서울 송파구의 한 구축 대단지 아파트에서 작성된 것으로, 단지 내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는 공지에서 "우리 단지는 협의 끝에 층간 소음 발생 시 최소 15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공지에는 "현재 강남 일부 아파트에서는 층간 소음 발생 시 아랫집에 20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부동산 업계에서도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 갈등 완화를 위해 보상비를 150만~200만원 수준으로 정해 운영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 커뮤니티에서는 '월 200씩 줄 테니 층간 소음 참으라는 윗집'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화제가 됐다. 작성자는 "친구 아파트 윗집 아이들이 계속 뛰어다녀 층간 소음 문제로 크게 다퉜다"며 "결국 윗집이 월 200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적었다.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기준도 없고 법적 효력도 없는데 안 내면 어쩔 거냐", "나는 1층 사는데 나만 좋은 거냐"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결의문 속 오타나 글씨체를 문제 삼으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서로 합의만 된다면 문제 될 게 없다", "최소한 저녁 시간에는 조심히 다니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 섞인 반응도 이어졌다.
층간 소음은 공동주택 입주자나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는 소음을 의미한다.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직접 충격 소음, 텔레비전·음향기기 사용으로 인한 공기 전달 소음 등이 대표적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오전 6시~오후 10시, 오후 10시~오전 6시로 시간을 구분해 층간 소음 기준을 데시벨(dB) 단위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현행 법령에는 층간 소음과 관련한 별도의 보상비 규정이 없어, 입주민 결의가 법적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보상비 지급 결의가 실제 분쟁에서 강제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남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할 수 있는 의결사항은 관리규약, 관리비, 시설 운영 등으로 한정된다"며 "층간소음 발생 시 보상금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식까지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층간소음 방지를 위한 일반적 의무와 조정 절차만 규정할 뿐, 별도의 보상금이나 위약금 조항은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남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조정 절차로 회부하는 수준"이라며 "보상금을 강제하기보다는 권고안이나 조정 옵션으로 제시하는 정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의를 따르지 않는 주민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압박할 경우 명예훼손이나 강요 등 형사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영진 법무법인 정윤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나 일부 입주민 협의만으로 층간소음 발생 시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결의하더라도, 적법한 관리규약 제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전체 입주민을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설령 관리규약으로 정식 제정됐다 하더라도 층간소음 발생 시 자동으로 15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은 입주민 간 사적 채무를 일방적으로 창설하는 내용으로 효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피해 정도와 무관하게 고액의 금전 지급을 강제하는 방식은 과도한 사적 제재로 공서양속에 반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고, 이를 근거로 협박성 요구가 이뤄질 경우 강요죄나 공갈죄 등 형사책임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층간소음 분쟁은 관리주체의 중재,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조정,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절차 등 법이 마련한 공식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층간소음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 서울북부지법은 2023년 5월 아래층 주민들이 위층 주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층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했다.법원은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찰이 현장에서 소음을 확인했고, 위층 거주자가 바닥을 도구로 내리쳐 소음을 발생시킨 사실로 즉결심판을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으로 보기 어렵고 사회 통념상 수인하기 어렵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고의적 소음 유발 행위를 전면 금지해달라는 청구는 "거주자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왔다. 아랫집 주민들이 반복적인 '쿵쿵', '탁탁'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환경공단 측정 결과 기준치를 상당히 초과하는 소음이 확인됐고, 특히 야간·새벽 시간대 직접 충격 소음이 빈번했던 점이 인정됐다. 법원은 "사회 통념상 참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위층 주민이 아래층 주민들에게 각 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층간 소음 갈등은 해마다 심각해지는 추세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 소음 관련 민원은 3만2662건 접수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사에서는 층간 소음 관련 살인·폭력 등 5대 강력 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천안시 쌍용동에서 위층 공사 소음을 참지 못한 주민이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관련뉴스








